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에 다시 제동을 걸었다. 검찰은 1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만 매기고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입찰담합 사건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수사를 벌여 관련자들을 형사처벌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규정에 너무 얽매였었다"며 "앞으로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입찰 등에 대해 자체 조사를 확대해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동의명령제 도입,전속고발권 폐지 등으로 공정위와 마찰을 빚고 있는 검찰(한경 6월23일자 A14면)이'마이웨이'를 선언한 것이어서 공정위와 검찰 간 힘겨루기가 재연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황철규)는 18일 지하철 등에서 사용되는 시각장애인용 장소안내장치 입찰과정에서 담합을 한 혐의로 H사와 A사 등 4개 업체 임원 4명을 벌금 100만~4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H사 대표 등 4명은 2005년 8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음성안내장치를 발주하자 직접 만나거나 통화하며 입찰가를 서로 맞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사전 협의를 통해 A사가 4개 회사 가운데 가장 낮은 9970만원을 적어 낙찰을 받게 하고 이후 발주될 사업을 돌려가며 밀어주기로 약속했지만 H사가 이를 어기고 9200만원에 사업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에 대해 형법 315조'경매ㆍ입찰방해죄'를 적용했다. 공정거래법상 가격ㆍ거래량ㆍ입찰담합 등의 사건은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으나(전속고발권) 검찰은 '입찰방해'라는 처벌근거를 형법에서 찾아 공정거래법과 별도로 내세운 것.검ㆍ경이 공정위가 자체 조사해 끝낸 사안을 다시 뒤져 형법 315조를 적용해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2006년 6월 A사 등 3개 법인을 상대로만 300만~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사안이 가볍다고 보고 관계자들을 따로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또 공정위는 사업권을 따낸 H사의 경우 '담합 제안을 받긴 했지만 이를 승낙하지 않았다'는 소명을 수용,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검찰은 4개사 관계자의 휴대폰 내역을 추적,H사도 담합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새로 밝혀냈다.

검찰의 독자적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검찰은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은 합성수지 담합 관련,대기업 S,H 등을 공정위가 고발한 다른 대기업과 함께 기소했지만 지난 5월 법원은 '기소가 잘못됐다'는 판결을 내려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검찰은 형사소송법 233조 '고소불가분의 원칙'을 빗댄 '고발불가분의 원칙'을 내세웠지만 재판부는 "공정거래법상 고발은 형사소송법상 고소와 입법취지ㆍ주체 등이 다르고,전속고발과 같이 처벌과 직결되는 소송조건에 대한 유추적용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비춰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