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미국 시카고.사무실과 집에서 궂은 일을 도맡는 로봇 덕에 사람들은 마냥 편하다. 차세대 로봇 개발자 래닝 박사의 죽음을 조사하던 형사 스프너가 로봇을 의심하고 추적하는 사이 도시는 로봇들에 의해 점령당한다. 로봇의 반란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들이 인류를 보존하려 했다는 것이다.

윌 스미스 주연의 2004년 SF물 '아이 로봇'의 개요다. 이상적인 도우미 내지 노동자같았던 로봇이 결국엔 인간을 정복하고 조종하려는들었다는 얘기다. 영화는 로봇이란 말이 처음 쓰인 카렐 차펙의 소설 '로섬의 만능로봇'(R.U.R)과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을 함께 버무렸다.

인공지능 로봇의 발달 및 상용화가 부를 위험에 대한 각종 경고에도 불구,각국의 로봇 개발 열기는 뜨겁다. 미국은 물론 일본의 경우 고령화에 대비,10년 안에 사무 보조,가사 처리,노인 돌보기 등을 담당하는 로봇 군단을 내놓는다는 목표다. 작업장에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 개발 지원을 위한 정부 예산도 책정했다.

독일에서 사람을 때릴 수 있도록 고안된 로봇팔 시연이 이뤄졌다는 뉴스가 전해진 데 이어 영국에선 쥐의 뉴런을 이용한 인공두뇌 로봇이 개발됐다는 소식이다. 독일의 로봇팔은 사람을 치는 순간의 충격과 상황을 로봇이 인식하게 함으로써 보다 안전한 로봇을 만들기 위한 장치라는 주장이다.

산업로봇에 적용하면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과 달리 지나친 인공지능 실험이란 반박도 있다. 이런 마당에 영국 레딩대에선 쥐세포 로봇 '고든'을 만들어 장애물 피하기 등을 학습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기억의 비밀을 규명,두뇌질환의 원인 및 치료책을 찾는 게 목표라고 한다.

둘 다 인간의 편익과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노력일 게 틀림없다. 그러나 인공생명의 위험을 감안할 때 '프랑켄 로봇(프랑켄슈타인 로봇)'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대로 가면 언젠가 영화 '아이 로봇'이나 'A.I'에서처럼 인간과 똑같이 생각하고 느끼는 로봇이 생길지 모른다. 결과는 알 길 없다. 어쩐지 두려울 뿐.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