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6일 주말을 이용해 청와대 뒤편 북악산에 올랐다.

한승수 국무총리와 부처 장관,금융위원장,공정거래위원장,법제처장,국가보훈처장 등 국무회의 멤버들과 정정길 대통령실장,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동행했다. 그동안 몇 차례 국무위원 및 청와대 수석들과의 주말 산행을 계획했으나 '쇠고기 파문' 등으로 미뤄오다 어렵게 취임 후 첫 등산 일정을 잡았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이날 산행은 광복 63주년 및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을 계기로 사실상 '제2의 취임식'을 치른 이 대통령이 국정을 함께 이끌 참모들과 새 출발을 다짐하는 워크숍의 성격이 짙다.

이 대통령은 등산로에 들어서면서 "시작은 천천히 하는 것"이라며 "고갯길이 나올텐데 처음부터 오버(무리)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 참가자가 17일 전했다. 이 대통령은 산행이 끝난 뒤 청와대 상춘재에서 참가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우리가 산에 오른 것은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기 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국정운영에 매진하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과 장관,수석들은 쇠고기 바비큐,냉면에 반주를 곁들인 오찬을 함께 하면서 '그린 코리아(Green Korea)에서 그레이트 코리아(Great Korea)로'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들은 새 정부 출범 초 쇠고기 파문 등 잇단 악재를 맞았지만 흔들리지 않고 주요 국정 과제들을 주도권을 갖고 추진해 나가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됐다.

청와대는 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하고 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쇠고기 파문으로 정상적으로 하지 못했던 주요 공약들의 추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이제 경제살리기 본연의 자세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업 선진화 작업 이외에 각종 감세,'수도권 규제완화'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규제개혁,자율형사립고 신설,일자리 창출 방안 등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며 정기국회에서 입법화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그는 전했다.

이 대통령은 경축사 이행 방안과 관련,"부처에만 맡겨 놓으면 진도가 안 나갈 수 있으니 청와대가 한 달에 한 번씩 진척 상황을 평가해 확실하게 보고하라"고 특별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