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화여대 등 주요 대학들이 추진 중인 제2캠퍼스 및 해외 분교 조성 사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미국 하버드대 등 외국 명문대학들이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제2캠퍼스 신설을 적극 추진 중인 데 반해 국내 대학들은 학내 반발,재정난,토지보상 문제 등에 부딪혀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에 따라 대학 경쟁력 확보에도 큰 차질이 예상된다.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이화여대는 토지보상 문제로 제2캠퍼스 설립이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경기 파주시에 85만㎡ 규모의 제2캠퍼스를 조성하려던 이대는 캠퍼스가 들어설 땅의 주인들이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파주시가 지난 6월29일 시작한 토지 보상 절차가 잠정 중지된 상태다.

이와 관련,이화여대 관계자는 "큰 일을 추진하는데 당연히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이 엇갈리게 마련"이라며 "오히려 파주 캠퍼스를 설립해달라고 격려하는 주민도 있는 만큼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쳐 당초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이대와 함께 파주에 제2캠퍼스를 세우려던 서강대도 지난 6월 중도에 사업을 포기했다. 서강대는 파주시 문산읍 캠프 자이언트 일원 20만4468㎡에 글로벌 캠퍼스를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대학이사회에서 매입계획안을 부결시켰다.

올 1월 경기 의정부시 산곡동 캠프스탠리 일대에 59만4468㎡ 규모의 공학캠퍼스 설립을 추진했던 광운대 역시 정부 규제와 재원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운대 관계자는 "올초 경기도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진전이 없는 상태"라며 "캠퍼스 부지가 미군 공여지 반환 지역 등 일부 특수지역으로 제한돼 대학 설립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해외 캠퍼스 설립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한양대는 최근 서울대,KAIST 등 5개 대학과 공동으로 파키스탄 분교 설립을 추진했으나 각 대학 간 이견으로 컨소시엄이 깨진 상태다. 한양대가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자금 조달 등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당초 컨소시엄 대학들은 작년 교육과학기술부(옛 교육인적자원부)의 중재로 파키스탄 정부가 지원하는 해외 명문대 유치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지난 5월 흐지부지된 상태다.

서울대와 고려대 등이 설립키로 한 'LA 캠퍼스'도 늦어지고 있다. 서울대는 작년 이장무 총장의 지시로 야심차게 국내 최초로 해외 분교인 LA캠퍼스를 추진했지만 답보 상태다. 담당교수 역시 계속 바뀌면서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지 않고 있다. 최근까지 LA캠퍼스 추진을 도맡아 왔던 송호근 교수는 "지난 1일자로 대외협력처본부장 보직을 그만두면서 아직 누가 이 일을 맡을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려대 LA캠퍼스는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로 늦어지고 있다. 고려대의 한 교수는 "LA 현지에서 학생을 모집하면 국내와 같은 학생 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며 "학내 반발이 심하다"고 말했다.

대학 관계자들은 "교과부가 대학들의 제2캠퍼스 설립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토지문제 등 각종 규제 완화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제2캠퍼스 설립은 대학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사안인 만큼 대학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