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 강세는 국제유가 하락을 가져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장기적으로 미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원유 곡물 등 상품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던 헤지펀드에 타격을 줘 금융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 "최근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의 체질이 강화된 결과가 아니라 유럽연합(EU) 일본 등 다른 지역 경제가 급격히 둔화된 데 따른 것"이라며 "달러 강세가 오히려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한 달간 달러화 가치는 유로와 파운드에 대해 각각 8%가량 뛰었으며,엔화에 대해서는 6% 가깝게 올랐다.

이 같은 달러 강세는 미국 기업의 수출제품 단가를 올리는 결과를 가져와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2분기 수출은 달러 약세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다. 수출이 침체 국면에 빠진 미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최근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달러 가치는 2000년 10월에 비해선 아직도 유로화 대비 44%가량 떨어진 상태다.

하루 거래 규모가 3조2000억달러에 달하는 통화시장도 단기적으로 혼란을 겪을 전망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달러 약세-상품가격 강세'를 점치며 투자 비중을 결정해왔다. 달러가 강세로 돌아선 가운데 투자자들이 일제히 달러화 투자를 확대하면 변동성이 커져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격적으로 상품 투자에 주력해온 헤지펀드가 수익 악화로 쓰러져 신용경색 현상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헤지펀드리서치에 따르면 7월 헤지펀드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2.8%를 기록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