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매출이 늘고 시장지배력이 커지는 음반회사가 있다.

음반 기획ㆍ제작ㆍ유통을 기반으로 음악채널 Mnet과 KM 등을 운영하는 엠넷미디어(대표 박광원)다.

한국음악산업협회가 집계한 '2008 상반기 음반판매량'에 따르면 엠넷미디어가 제작 혹은 유통한 음반의 국내시장 점유율(상위 20위 기준)이 지난해 49%에서 올해 60% 선으로 올라섰다. 베스트셀러 상위 20위권 총 음반판매량 88만장 중 엠넷미디어 관련 음반은 52만장에 달했다.

1위인 '김동률 5집'이 10만7608장 팔린 데 이어 '에픽하이 5집'(7만4000장) 'SG워너비 5집'(6만7000장) '브라운 아이즈 3집'(6만4000장) 등도 3∼5위에 올라 20위권 내에 11개의 앨범이 들었다. 엠넷미디어는 이 같은 판매량에 힘입어 상반기 음반(음원 포함)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7% 증가한 11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음반시장 규모가 2000년 4104억원(출고가 기준)을 정점으로 2005년 1087억원,2006년 848억원,2007년 700억원으로 급감했고,올해에는 지난해보다 15% 정도 줄어든 600억원 규모로 전망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이 같은 실적은 엠넷미디어가 제작자의 감에 의존해온 기존 음반사업 관행을 버리고 '시스템 경영'을 도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리서치 업체와 손잡고 체계적인 시장 분석으로 객관적인 데이터를 마련한 뒤 기획단계서 매니저의 능력,가수들의 인기 등을 계량화해 적절한 투자금액과 홍보 마케팅 방법을 도출해 낸 것.예를 들어 김동률은 과거 실적을 토대로 음원보다 음반 매출이 좋은 가수임을 밝혀내고 여기에 맞는 상품화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또 음반 출시시기에 유행할 음악 패턴과 경쟁사 동향을 파악하는 등 전체 시황을 반영했다.

자체 사업부인 음악채널 Mnet과 KM에서 신규 앨범을 홍보하고 뮤직포털 엠넷닷컴을 통해 출시된 음반의 인터넷 유통을 주도한 것도 판매량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엠넷미디어의 조동춘 팀장은 "감에 의존하던 관행을 버리고 개관적 데이터를 토대로 엄격한 심사를 거치는 시스템을 구축해 실패 확률을 줄였다"며 "위축되는 음반 시장에서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장기적으로 저작권보호 대책이 강화되고,디지털방송과 IPTV 등이 본격화하면 음악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