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알리는 팡파르가 울려 퍼진 8일,세계 80여개국 지도자들이 참가한 사상 최대 '올림픽 글로벌 서밋(정상회담)'도 동시에 막이 올랐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은 후진타오 국가주석,원자바오 총리 등 중국 지도부가 총 출동해 남ㆍ북한 미국 일본 러시아와 양자 회담을 갖는 등 앞으로 5일간 모두 70여 차례의 정상회담이 이어지는 '외교올림픽'이기도 하다.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장쩌민 전 주석도 가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를 접견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베이징에 모인 '세계의 별'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는 지난 7일 하루에만 특별기 19편,개인 전용기 120편,올림픽 전세기 24편 등 총 201편의 항공기가 도착했다. 관영 CCTV는 비행기가 도착할 때마다 어느 국가의 전용기인지 일일이 생중계로 전했다. 공항 입국장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등 글로벌 기업 수장과 최고경영자(CEO)들도 속속 얼굴을 나타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7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11개국 지도자와 양자회담을 가진 데 이어 8일 정오에는 인민대회당으로 세계 80여개국 국가 원수와 정부 수반 부부들을 초청,오찬을 겸한 환영 리셉션을 열었다.

후 주석은 환영사를 통해 "중국 정부는 2001년 올림픽을 유치한 이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겠다는 국제 사회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이 쓰촨 대지진 때 보여준 구호와 복구 지원에 대해 감사를 표시하며 건배를 제의했다.

후 주석은 리셉션에 이어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푸틴 러시아 총리와 각각 정상회담을 가졌다. 9일 오전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ㆍ중 정상회담을 갖고 10일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올림픽 정상외교를 펼친다.

◆가열되는 외교전

80여개국 정상들은 외교 올림픽에서 '선물 보따리'를 챙기느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일 후 주석과 만난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2016년 리우 데 자네이루의 올림픽 유치에 대한 지지를 촉구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올림픽선수촌을 방문한 자리에서 "후 주석에게 '리우-2016' 계획을 설명하고 지지를 요청했다"며 "중국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푸틴 총리의 참석 결정은 중국이 러시아 접경 지역 영토분쟁과 관련,지난달 21일 양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보안을 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 6월 일본과 동중국해 가스전을 공동 개발키로 한 것이 후쿠다 총리의 개막식 참석으로 연결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개막식 참석은 이처럼 외교전의 연장선상에 있는 셈이다.

대기오염과 인권문제,티베트 사태 등에도 불구,세계 정상들이 한 자리에 집결한 데는 '차이나 파워'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3억명의 인구를 가진 중국의 막대한 시장을 무시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개막식 참관 결정이다. 유럽연합(EU) 대표이기도 한 사르코지 대통령은 티베트 사태 이후 베이징올림픽 보이코트 얘기까지 꺼냈으나 지난달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키로 입장을 바꿨다. 티베트 사태 당시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정치와 스포츠는 별개'라는 입장을 밝힌 것도 정상들의 개막식 참석 명분으로 작용했다.

베이징=오광진/장규호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