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여자 육상 선수 다나 후세인 압둘라자크(22).

각종 외신이 앞다퉈 다룬 그는 베이징올림픽에서 뛰기도 전에 벌써 유명인사가 됐다.

결코 범상치 않은 인생 역정이 모든 이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본명은 다나 후세인. 코치이자 남편인 유시프 압둘 라만을 따라 이름이 바뀌었다.

트랙에서 자신을 겨눈 저격수의 총알을 피해 뛰는 사연이 3월 로이터통신을 타고 알려지면서 그는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스나이퍼들의 표적이었으나 용케 살아남은 그는 주경기장 궈자티위창(國家體育場) 트랙을 밟기 일보 직전까지 왔다.

AP통신은 압둘라자크를 '황량한 사막에 핀 꽃'이라고 불렀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그를 이번 올림픽에서 지켜봐야 할 100인 중 한 명으로 꼽기도 했다.

그의 100m 최고기록은 11초7로 올림픽 기준기록에 0.3초 가량 모자라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이라크 육상 선수 4명을 이번 올림픽에 특별 초청하면서 와일드카드로 100m와 200m에 나선다.

압둘라자크는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이래 피폐해진 일반 국민보다 더 힘겨운 삶을 살았다.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총알, 열악한 훈련 시설, 여성에 대한 문화적인 편견, 종교적인 갈등 등 올림픽 출전을 위해 넘어야 할 걸림돌이 부지기수였다.

남편은 이슬람 중에서도 소수인 수니파, 자신은 시아파였다.

종교분쟁으로 촉발된 폭동은 이 가족에겐 언제나 위협이었다.

운동선수, 여성에 대한 공격은 더욱 심했다.

처형당한 이라크 통치자 사담 후세인의 아들 오다이는 특히 선수들이 자신의 뜻에 반하거나 실망시키면 가차없이 고문, 납치하고 감옥에 보내거나 처형하는 등 악행을 일삼았다.

이라크올림픽위원회는 지난해 선수, 코치, 심판 등 2003년 이후 104명이나 숨졌다고 밝혔다.

실종되거나 납치된 올림픽위원회 관련 인사 또한 22명에 달하는데 아직 이들의 생사 여부조차 파악할 길이 없다.

여성이 운동하는 걸 참지 못하는 일부 과격세력은 총알 세례를 퍼붓기도 했다.

압둘라자크는 심지어 버스로 움직이다 총격을 받는 등 어렵사리 목숨을 부지했다.

훈련시설도, 지원도 열악한 곳에서 그는 하루 최대 8시간씩, 6일 동안 부지런히 뛰었고 지난해 아랍 게임 200m에서 4위에 그쳤지만 24.80초로 이라크 신기록을 세우며 인간 승리를 외쳤다.

압둘라자크는 "너무 행복하다.

고된 훈련을 통해 올림픽 출전이라는 값진 열매를 얻었다"면서 "스포츠는 이라크 국민을 하나로 묶는다.

종교 갈등을 떠나 이번 올림픽에서 오직 조국을 위해서 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남편 압둘 라만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뛸 수 있다고 아내를 설득했지만 지금처럼 끔찍한 상황에서 과연 그 때까지 우리가 살 수 있을지 암담하다"며 한 숨을 내쉬었다.

(베이징=연합뉴스)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