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캐나다 여행의 으뜸 목적지는 캐나디안 로키다. 캐나디안 로키는 북으로 알래스카 산맥과 연결되고 남으로 멕시코의 동시에라마드레 산맥과 이어지는 4500㎞의 로키 산맥 중 캐나다 부분.만년설과 빙하로 덮인 3000m급 웅장한 산줄기와 깊은 계곡 그리고 서로 다른 색깔을 뽐내는 호수와 울창한 침엽수림이 어우러져 캐나다 특유의 깨끗한 자연미를 보여주는 곳이다. 밴프와 재스퍼 두 도시를 잇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를 따르며 호수와 빙하 등 주변 자연을 즐기는 게 보통이다.

■동화 속 마을 닮은 밴프

캐나디안 로키의 들머리는 밴프.캐나다 최초의 국립공원인 밴프국립공원의 중심마을이다. 마을은 아주 작다. 상주인구가 5000명뿐으로 한두 시간이면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다. 캐스케이드 산 앞으로 짧고 곧게 뻗은 길가의 호텔이며 상점 풍경이 예쁘다.

마을 남쪽 끝 설퍼산이 밴프 관광의 하이라이트.해발 2281m의 설퍼산 전망대까지 곤돌라를 타고 오른다. 전망대에 서면 침엽수림의 울창한 산줄기 풍경이 가슴을 뻥 뚫어준다. 전망대 옆으로 전망대보다 5m 더 높은 샌슨스 피크까지 트레킹 코스가 나 있다. 왕복 30분 길로 가볍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전망대에서 보는 것과 비슷하지만 길을 따라 다른 방향으로 펼쳐지는 풍광이 또 다른 느낌을 안겨준다. 산 아래 곤돌라 탑승장 옆에 어퍼 핫 스프링스가 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유황온천이다. 설퍼산이란 이름은 유황성분의 이 온천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특히 야간조명 아래 즐기는 노천 온천욕이 개운하다. 호텔로 향하는 길목의 서프라이즈 코너에서 보는 밴프 스프링스 호텔은 그 자체로 관광거리.삼나무 숲 한가운데 우뚝한 중세 유럽의 고성 같은 분위기의 호텔 전경이 기막히다.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것 같은 레이크 루이스

레이크 루이스는 캐나디안 로키의 많은 호수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호수로 꼽힌다. 산정에 2단 빙하가 흐르는 빅토리아산을 중심으로 둘러쳐진 산자락에 안겨있는 빙하호다. 호수 앞에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 호텔이 자리하고 있다. 아침이나 오후의 햇살에 보석처럼 빛나는 빅토리아 산정의 빙하와 그 모습이 반영된 호수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뉴에이지 음악가인 유키 구라모토의 동명 곡 선율이 절로 흘러 나온다. 카누를 빌려 타고 호수 한가운데로 나가 넉넉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호수 둘레에 트레일 코스가 잘 돼 있어 산책과 승마체험을 하기에도 좋다.

■빙하체험 가능한 콜럼비아 대빙원

재스퍼쪽으로 더 달리면 크로우풋 빙하를 만난다. 산정에서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세 갈래로 흘러내린 빙하다. 이름대로 발가락이 세 개인 까마귀 발을 닮았다. 빙하 앞 도로에는 진짜 까마귀가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기다리고 있다. 맨 아래쪽 빙하줄기가 뚝 부러져 있어 안타깝다.

컬럼비아 대빙원은 상상을 초월한다. 북반구에서는 북극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빙원이다. 최고봉인 컬럼비아산(3745m)을 포함한 22개의 산봉우리에 둘러싸인 빙원은 그 면적이 325㎢에 달한다. 밴쿠버시 전체 면적과 맞먹는 크기다.

이 빙원에서 흘러내린 애서배스카 빙하를 직접 밟아 볼 수 있다. 애서배스카 빙하는 90~300m 두께의 얼음이 1㎞ 폭으로 6㎞나 흘러내린 빙하.맞은편 아이스필드센터에서 버스를 타고 가 빙하 아래 3분의 1 지점에서 특수설상차로 갈아타고 빙하로 올라간다.

바퀴가 어른 키 만한 설상차는 빙하 상류 4분의 3 지점에 관광객을 내려놓는다. 관광객들은 빙하 겉에 쌓인 눈을 뭉쳐 눈싸움도 하며 20여분간 빙하체험을 즐긴다. 양 옆에 깎아지른 듯이 서 있는 빙벽에서 떨어져 나온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쏟아져 내리는 소리가 빙하체험을 한층 실감나게 만든다. 챙겨간 선글라스를 꼭 낄 것.빙하에 반사된 햇빛이 너무 강렬해 자칫 눈이 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캐나디안 로키의 보석 재스퍼

재스퍼는 캐나디안 로키 안에 있는 국립공원 중 가장 큰 재스퍼국립공원의 중심마을이다. 캐나디안 로키에 기대 있는 다른 마을보다 분위기가 푸근하다.

재스퍼로 들어가기 전에 만나는 애서배스카 폭포가 웅장하다. 단단한 바위 사이를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의 물살이 더위를 날려준다. 캐나디안 로키 지역에서 제일 크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빙하호인 말린호의 물색이 신비롭다. 카누나 카약에 낚시도 즐길 수 있다. 호수 동쪽의 스피릿 아일랜드 풍경도 그림같다. 사진작가들이 최고로 꼽는 피사체다. 10월 중순까지 크루즈 유람도 즐길 수 있다.

위슬러산에서의 전망도 좋다. 왕복 2㎞의 케이블카인 재스퍼트램웨이를 타고 위슬러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전망대에서 정상까지 40분 정도의 트레킹 코스도 따를 만하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