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은 14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관련,"의원단을 이른 시일 내에 일본에 보내 우리 측의 확고한 의지를 일본 조야에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18대 국회 상반기 의장으로 공식 선출된 김 의장은 이날 제헌 60주년을 기념해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친선 활동 중심이던 의원 외교를 현안 중심의 실질적인 외교로 강화시킬 방침"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의장은 또 "개헌은 18대 국회 상반기 내에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뒤 "국회 역할 강화를 개헌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도 문제는 범국회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인가.

"일본이 독도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1차적인 목표는 독도를 국제분쟁지역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과도하게 대응하면 이런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 확고하면서도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독도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 땅이다. 우리 안방을 내놓으라는데 재판을 해보자고 하는 건 옳은 판단이 아니다. 그런 차원에서 한·일의원연맹 등 의원단을 빨리 일본에 보내 그쪽 정치인들에게 확고한 의지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의원외교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렇다. 그동안 의원외교는 친선외교 위주였다. 21세기 외교는 정부가 독점할 수 없다. 정부가 잘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이런 분야에서 국회가 정부 외교를 보완할 수 있다고 본다. "


―젊은 의장이니 직접 외교에 나서도 좋을 것 같다.

"정부나 의원외교를 통해 해결이 되면 가장 좋지만 필요하다면 의장인 나도 직접 나설 생각이다. 특히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와 같이 국익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선 직접 미국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요하면 미국뿐 아니라 레바논,아니 남극,북극이라도 갈 준비가 되어 있다. "


―개원하자마자 금강산,독도 문제등 현안이 많이 터지고 있다.

"그래서 여야가 원구성 협상을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 개원이 늦어져서 처리해야 할 민생 현안도 산적한데 금강산 총격 사망 사건,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현안들이 막 생기고 있다. 지엽적인 것 가지고 다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라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들은 국회의 역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선진국에는 권력의 분산이 잘 되어 있다. 견제와 균형,자율과 책임이 제도적으로 잘 뒷받침되어 있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감사원이 국회에 있다. 정부가 스스로를 감사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정부는 법률안 제안권도,예산안 제출권도 없다. 감사원의 국회 이관은 헌법 개정 사항이다. "


―국회가 국정의 중심에 서겠다는 얘긴데 의원입법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국회의원들의 수준이나 경험에 비춰볼 때 정부 입법을 대체할 만한 수준의 법률을 낼 수 있겠느냐는 문제 제기인데 옳다고 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정부 공무원들의 이기주의가 있다. 과거에 정치권이 "지방자치제 하자"고 하니 정부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결국 여론에 밀려 하긴 했는데 제대로 안됐다. 정부가 준비를 안했기 때문이다. 시기상조라는 핑계를 댔지만 정부는 자기 영역을 빼앗기기 싫었던 것이다. 자신들이 집행할 법을 자신들이 만들어 국회는 심의만 해달라는 거다. 국회를 키워야 한다. 미국 의회는 엄청난 투자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입법활동을 벌인다. 우리 국회에도 재정과 인력 지원이 절실하다. "


―국회 자체의 노력도 필요할 것 같다.

"그동안 시민단체나 언론에서 우수 국회의원을 선정할 때 양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이제는 질 중심으로 가야 한다. 의원입법에도 입법예고제를 실시해야 한다. 또 국회의 질적인 변화를 위해서 대정부질문제도,국정감사제도,청문회제도,위원회운영제도,상시국회문제 등 운영시스템 전반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 내가 설치를 제안한 '국회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이런 역할을 할 것이다. "


―한나라당 지도부는 지금 개헌 논의를 시작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개헌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지는 않다. 시점의 문제인데 금년에는 개헌보다는 민생 살리기에 중점을 두자는 얘기다. 나도 공감한다. 하지만 개헌은 2년 안에,즉 18대 국회 상반기 내에 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생각한다. "


―대통령 중임제, 의원내각제 등 어떤 권력 구조가 좋다고 생각하나.

"의장으로서 입장을 밝히긴 곤란하다. 단,현 대통령의 임기를 하루라도 줄인다거나 현 국회의원 임기를 하루라도 늘리는 식의 개헌은 안 된다. 최고 권력자를 그런 식으로 흔들면 안 된다. 현재 있는 사람들의 이해 관계와 연관되면 개헌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 "


―직권상정은 안하겠다고 했는데. 직권상정이 필요할 때도 있을 것 같다.

"안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 직권상정은 예외적인 조치다. 마구잡이로 쓰면 안된다. 하지만 국익을 위해 반드시 해야 될 사항이면 망설이지 않겠다. 그러나 내 신조는 국회는 본래 타협하고 대화하는 곳이다. 나는 대화론자이기 때문에 직권상정할 일을 만들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다. "

유창재/이준혁 기자 yoocool@hankyung.com


김형오 의장은 ‥ 기자 출신 5選…親李·親朴과 두루 소통

합리적인 성품과 정연한 논리가 돋보인다는 평을 듣는 한나라당 출신의 5선 의원.

동아일보 기자로 있다 1978년 당시 강영훈 외교안보연구원장의 눈에 띄어 외교안보연구원에 들어간 것을 계기로 대통령 정무비서관 등 공직을 거쳤다. 1992년 14대 총선(부산 영도)에서 민자당 공천을 받아 여의도에 입성했다. 2004년 3월 탄핵 후폭풍 속에서 사무총장을 맡아 박근혜 전 대표를 도우며 당을 추스르는데 기여했다. 원내대표를 역임하면서 여야 관계를 원만히 조율해 정치적 능력도 인정받았다.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 할 것 없이 당내외에서 두루 신망이 두텁다.

△부산(62) △서울대 외교학과 △동아일보 기자 △대통령 정무비서관 △국회 과기정위원장 △한나라당 원내대표 △이명박 대선후보 선대위 일류국가비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