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로 노래한 미국인 UCC 스타, 국내서 데뷔

작곡가 겸 기타리스트 구피디, 프로듀싱해 '항해' 발표

한국어로 노래해 화제를 모은 미국인 UCC 스타가 국내에서 음반을 내고 데뷔한다.

이 UCC 스타의 음색에 매료된 국내 한 작곡가 겸 기타리스트는 이메일로 연락을 취했고, 6개월간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각자의 작업실에서 녹음한 파일을 교환하며 음반 제작을 마쳤다.

인터넷과 첨단 디지털 기술이 없었다면 한미 합작 록 프로젝트는 불가능했을 일이다.

동영상 속 주인공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출신인 금발의 백인청년 셰이 베일리프(Shay Bailiffㆍ21).

셰이는 지난해 말부터 강타의 '상록수'에 이어 이적의 '다행이다', 러브홀릭의 '화분'을 부른 UCC를 차례로 인터넷에 올렸고 10만여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국내 네티즌 사이에서는 '미국 훈남(훈훈한 남자)'으로 불리며 팬카페도 생겼다.

최근 한국 노래를 부른 외국인들의 UCC가 종종 화제지만 셰이의 경력은 남다르다.

그는 이미 미국에서 서스데이나이트(Thursdaynight)라는 로컬 밴드의 보컬 겸 기타를 맡고 있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이다.

현지에서 음반을 낸 적은 없다.

셰이는 단 한 차례도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지만 고교시절 한국인 친구를 통해 한국 문화를 접했다.

한글을 익히며 한국 노래도 외워서 부르기 시작했다.

현재 한글을 읽을 수는 있지만 단어 실력 부족으로 문장을 해석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셰이의 동영상을 눈여겨 본 사람은 작곡가 겸 기타리스트 구피디(본명 구경만ㆍ38). 그는 2005년 프로 야구선수 출신 이상훈이 결성한 밴드 왓(What)의 멤버로 활동했다.

구피디는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 셰이가 강타의 '상록수'를 부르는 동영상을 보고 록에 적합한 매력적인 허스키보이스라고 생각했다"며 "먼저 이메일로 연락했고 6개월 간 메신저를 통해 영어로 대화하며 한국과 미국 각자의 작업실에서 녹음한 음악 파일을 주고받았다"고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구피디가 프로듀싱을 하고 셰이가 보컬로 참여한 합작품은 싱글 음반 '항해(Odyssey)'. 구피디가 지난해 중순 '구피디 프로젝트' 음반에서 발표한 자작곡인 '항해'를 한국어, 영어, 어쿠스틱 버전으로 작사, 편곡 및 연주했고 셰이가 노래했다.

파일럿과 전투기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으로 뮤직비디오도 제작했다.

영미권 스타일의 록 기타 사운드와 동양적인 멜로디가 조화된 곡으로 해외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고있어 조만간 북미 지역에서 판매 계획도 갖고 있다는게 구피디의 설명이다.

"셰이의 홈페이지를 방문한 미국인들이 음악을 구입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오고 있어요. 프랑스 등 유럽 등지에서도 음반 구입처를 문의해와요. 유통 방법을 물색하고 있습니다."

셰이는 한국 내 반응을 살핀 후 연내 한국 방문도 고려하고 있다.

나아가 두 사람은 정규 음반을 발표하는데 뜻을 모았고 곡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

셰이는 "라이브 무대에서 노래하고 연주할 때 가장 행복하며 하루 빨리 한국 팬들 앞에서 공연하고 싶다"고 전했다.

[사진설명 = 셰이 베일리프(위)와 구피디(아래)]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