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용석)는 21일 LG그룹 방계 3세이자 레드캡투어 대주주 구본호씨를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최철환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오후 "범죄의 소명이 있고 사안의 성격상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구씨는 2006년 9∼10월 미디어솔루션(현 레드캡투어)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조풍언씨의 자금을 이용해 차입금을 자기자금으로 속이고, 외국법인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처럼 허위공시해 주가를 7천원에서 4만원대까지 상승시킨 후 싸게 매입한 주식을 팔아 165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증권거래법상 사기적 부정거래(주가조작), 미공개 정보이용 금지위반 등이다.

구씨는 2006년 9월28일 미디어솔루션으로부터 제3자 배정방식으로 주식 100만주를 주당 7천원에 배정받고, 신주인수권부사채(BW) 180만주를 151억원에 사들였다가 같은 해 10월18일 BW 180만주 가운데 90만주를 홍콩의 카인드익스프레스사에 405억원에 넘겼다.

주당 8천390원에 매입한 BW를 불과 20일 만에 5배 이상 비싼 주당 4만5천원에 매각한 것이다.

그러나 카인드익스프레스사의 실제 주인은 구씨와 가깝게 지내온 조풍언씨로, 구씨는 조씨의 자금을 이용해 외국법인이 투자하는 것 처럼 꾸며 주가를 치솟도록 하고 또 다른 차명계좌로 구입한 주식을 비싸게 팔아 165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또 같은해 9월28일 미디어솔루션이 제3자 배정방식으로 주식을 배정할 때 조씨가 실소유주인 글로리초이스차이나사도 주당 7천원에 20만주를 사들였는데 주가가 오르자 이를 팔아 수 십억원의 차익을 남겼으며 이 또한 구씨의 `작업'이라고 검찰은 덧붙였다.

이 같은 행위를 통해 구씨는 불과 한 달 새 미디어솔루션의 최대주주가 됐고 그 다음 달에는 미디어솔루션과 자신이 대주주인 범한여행을 흡수합병한 뒤 레드캡투어로 이름을 바꿨다.

이와 관련해 조씨는 "구씨가 돈을 빌려갔는데 어디에 썼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하고, 구씨는 "조씨의 돈을 빌려서 쓴 적이 없다"고 엇갈린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주가조작 행위에 있어 조씨가 구씨와 공모관계라고 판단되면 조씨를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추가기소할 방침이다.

앞서 조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및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며 검찰은 `대우그룹 구명로비의혹'과 관련해 조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구씨와 연결고리를 찾아냈다.

구씨는 구본무 LG회장의 6촌 동생으로 2006년부터 주식시장에서 투자하는 종목마다 상한가를 기록해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지만 주가조작 의혹도 끊이지 않아 서울중앙지검의 내사를 받아왔다.

한편 구씨가 구속됨에 따라 코스닥 시장에서 투자하는 종목마다 엄청난 수익을 낸 `재벌 2ㆍ3세' 수사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는 구씨를 비롯한 재벌 2ㆍ3세 6∼7명이 코스닥 주식종목에 기획성 투자를 해 큰 수익을 내는 과정에서 내부거래, 주가조작 등의 위법행위를 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이세원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