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제궁서 회담..이란 핵문제에 '한목소리'

도심선 '부시 비난' 시위 열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7개월 만에 다시 만나 중동문제 등에 대한 공동 대처를 다짐하며 다시 한번 유대를 다졌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14일 유럽 고별순방 길에 파리를 방문한 부시 대통령을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으로 초대해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사람의 정상회담은 지난해 11월 조지 워싱턴 미 초대 대통령의 생가인 마운트 버넌에서 양국관계의 불화를 털어내고 새 협력관계를 과시한 지 7개월 만이다.

특히 이날 회담은 오는 7월1일 사르코지 대통령이 EU(유럽연합) 순회의장을 맡기에 앞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국제현안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정책조율이란 측면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이 때문에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이라크의 폭력사태를 비롯해 이란의 핵 개발 및 아프가니스탄 사태, 기후변화 대책 등 다양한 이슈들이 테이블에 올랐다는 후문이다.

이란, 이라크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진 것은 남은 재임기간 중동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후임 대통령에게 넘겨주고 싶다는 부시 대통령의 의지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활동 중단을 조건으로 한 EU의 경제협력 제안이 거부된 것과 관련, 실망감을 표시하고 이란 지도부를 비난했다.

그는 "이란은 국민들을 국제사회에서 더욱 더 고립시키고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이란 강경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사르코지 대통령도 "이란의 지도자들은 막다른 궁지로 국민들을 몰아가고 있다"면서 "이란 국민들은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거들었다.

이라크 미군 장기주둔 협상 교착상태에 언급, 부시 대통령은 "내가 내기를 건다면 이라크인들과 합의를 도출해 낼 것이라는데 걸겠다"면서 "이라크는 주권국가로 우리는 그들의 염원을 수용하려고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향해 이란과 협력해 중동의 불안정을 획책하는 행동을 중단하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반면 사르코지 대통령은 내달 14일 혁명 기념일 행사에 아사드 대통령을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회담에 앞서 사르코지 대통령 부부는 의장대가 도열해 음악을 연주하는 가운데 리무진을 타고 엘리제궁 안뜰에 도착한 부시 대통령 부부를 반갑게 맞이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자크 시라크 전임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에 대한 이견으로 미국과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과 달리 취임이래 눈에 띄는 친미행보를 보여왔다.

'사르코 아메리칸'(미국인 사르코지)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해 두차례 미국을 방문, 양국 간 갈등에 종지부를 찍었었다.

그러나 최근 바닥세의 지지율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유럽에서 인기가 없는 부시 대통령과의 유대를 과시한 것이 그의 인기만회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거리다.

실제로 전날 저녁 파리에 도착한 부시 대통령 부부를 위한 환영만찬이 진행되는 동안 파리 도심에서는 1천여명의 시위대가 부시와 사르코지 대통령을 비난하며 시위를 벌였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이날 공동회견에서 이례적으로 카를라 브루니 여사를 극찬해 눈길을 모았다.

그는 사르코지 대통령을 향해 "브루니 여사는 정말 멋지고 능력있는 여성"이라며 "왜 당신이 브루니 씨와 결혼했는지, 그리고 브루니 씨가 왜 당신과 결혼했는지 알 것 같다"고 언급했다.

(파리연합뉴스) 이명조 특파원 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