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신념 하나로 앞만 보며 달려오느라 주위를 둘러보는 데 소홀했습니다.모두 제 불찰입니다.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조준웅 특별검사에 의해 기소된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이 12일 법정에 출석해 자신의 소회를 밝혔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공판에서 이 회장은 "기업경영에 전념하느라 주변 상황을 살펴보는 데 소홀했다"며 모든 책임을 지겠으니 이학수 전 부회장 등 함께 기소된 임직원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이 전 회장 등 삼성특검 사건 피고인 8명이 모두 참석한 첫 공판에서 특별검사 측과 이 전 회장의 변호인 측은 주요 쟁점에 대해 뜨거운 법정 공방을 벌였다.

조준웅 특별검사는 모두진술 등에서 삼성그룹이 조직적으로 그룹의 지배권 이전을 위해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 및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현저하게 저가로 발행하고 주주들이 이를 포기하게 하는 등 불법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사회구성원의 화합까지 고려해야 하는 거대 기업의 사명을 잊어서 죄송하다"면서도 "1993년 삼성이 독자적인 신경영을 시작한 뒤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기까지 기업의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작업을 할 마음도 여력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은 재판시작 6시간 만인 오후 7시30분께 끝났다.

다음 공판은 18일 오후 1시30분에 열린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