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ㆍ주부들 참여 꺼려

"여러분 이 프락치(광우병 국민대책회의)들 믿지 마시고 광화문으로 모여 저 이명박의 목X을 끊어버립시다."(국민대책회의 홈페이지,네티즌 '공부') "왜 자꾸 찢어지는거죠? 청계천집회와 분리되면 안 되지 않나요?"(다음 아고라,네티즌 '미친소개박이') "광화문입니까 청계천입니까?"(다음 아고라,네티즌 '프레임워크')

촛불집회가 광화문파(매파)와 청계광장파(비둘기파) 단체 간 내부 갈등으로 양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기 위한 촛불집회가 나흘째 도로를 점거하는 불법시위로 변질되고,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이 이어지자 그동안 집회에 참여해 왔던 중ㆍ고등학생과 주부 등 일반인들은 점차 촛불집회 참가를 꺼리는 분위기다.

이들은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가두시위와 연행,강경투쟁 분위기에 대해 '더이상 평화 시위가 아니다'라며 등을 돌리고 있다.

이에 반해 시위 경험이 있는 이들이 주도하는 강경파 측은 "가만히 촛불만 들고 있다가는 29일께로 예정된 쇠고기 고시를 막을 수 없다"며 "거리로 나서 더욱 거세게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갈등이 격화된 것은 26일 청계광장 집회부터다.

24일부터 시작된 가두시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되자 강경파와 온건파 참가자들이 각각 발언대에 올라 '광화문으로 나가자''청계광장에 머물자'며 격론을 벌였다.

27일 밤에는 을지로에서 명동 방면으로 가두시위를 하던 참가자들 중 일부가 경찰이 길을 막고 있는 안국역 쪽(청와대 방향)으로 틀자고 주장해 이를 반대하는 참가자들과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강경-온건파 간 갈등의 상징은 집회 장소와 집회시간이다.

온건파는 청계광장에서 밤 12시 전 집회를 마무리짓자고 주장하는 반면,강경파들은 광화문으로 몰려나가 도로를 점거하고 시간 제한 없이 투쟁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온건파로 분류되고 있는 '국민대책회의' 측이 홈페이지에서 청계광장에 모이라고 공지하자 강경파들은 이에 대해 "대한민국이 망하는 그날까지 계속 눈하나 깜짝 않는 촛불만 쳐들고 있으라"(네티즌 '니들은 그…'),"겁이나니 앉아서 촛불드는 것 외엔 할 게 없다고 시인하라"(네티즌 '이건머')는 댓글을 달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다음 아고라 등 주요 포털사이트 게시판은 이미 강경-온건파 간의 '싸움터'가 됐다.

네티즌 '올바른삶과앎'이 다음 아고라 토론실에 올린 '촛불문화제,이제는 냉정해져야 할 때'라는 글에는 하루만에 댓글이 4000개나 달려 더 이상 댓글을 달 수 없는 상태다.

이 글은 "촛불문화제는 평범한 시민 가족 친구 연인들이 참여하는 대중적 이벤트로 발전했기 때문에 좀 더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노선을 택해야 한다"며 "무력투쟁하려는 사람들은 돌격대 같은 것이라도 만들어 (별도로) 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평화적 시위를 하면 재협상을 할 수 없다"(네티즌 '엄써')라든가 "(글쓴이는)정부의 지능적 알바(고용된 아르바이트생)"라는 비난이 빗발쳤지만 일부는 "공감한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