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17대 국회 처리 사실상 무산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3당이 제출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17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23일 오후 표결에 부쳐짐에 따라 `쇠고기 정국'의 변수가 될 지 주목된다.

야3당은 해임건의안 통과에 필요한 재적의원(291명)의 과반수인 146명의 찬성표를 확보하기 위해 소속 의원들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리고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등 표 단속에 주력했다.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17대 국회 마지막날을 좋은 일로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해임건의안을 처리할 수 밖에 없다"며 "국민 불안을 만들고 축산농가를 절망에 빠뜨린 무책임한 정부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하며 주무장관으로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해임시킬 수 밖에 없다"고 밝힌 뒤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에 대한 장관고시를 강행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최 성 의원 등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청문회에서 쇠고기 협상과 관련, 위증을 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공세를 이어갔다.

한나라당은 야3당의 해임건의안 표결 강행을 "17대 국회 다수당의 마지막 횡포"라고 비난하며 표결 불참 방침을 밝히면서도 물리적 저지는 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오늘 의총에서 의견을 들어보겠지만 지도부의 입장은 물리적 저지는 하지 않고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임기 마지막까지 다수당의 횡포를 보이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17대 국회 임기내 처리 문제와 관련, 한나라당은 임채정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구하고 임시국회를 재소집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하는 등 막판까지 총력전을 폈다.

하지만 한미 FTA 비준안이 상임위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은데다 임 의장이 `직권상정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 사실상 17대 국회 임기내 처리는 무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어제 대통령 담화는 쇠고기 정국을 FTA 정국으로 바꾸려는 정치적 계산이 뻔히 보이는 이벤트였다"며 "이 대통령이 진정 FTA비준안을 처리하려 한다면 쇠고기 재협상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안 원내대표는 "민주당 내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FTA 비준동의를 촉구하고 있는데 이를 야당 지도부가 가로막아 국회의원의 입법권과 자율권을 심대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임 의장은 직권상정을 해야 하고, 민주당 지도부는 절차를 이행해서 본회의장에서 FTA비준안이 표결처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 의장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의회내에서 다수의 의사가 소수 야당에 의해 막힐 때 다수의사를 존중하고 관철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직권상정인데 소수 의견을 직권상정하게 되면 의회의 원칙이 훼손된다"며 "17대 국회가 며칠 안 남았는데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비상한 절차와 수단을 통해 처리하는 게 옳은가 하는 회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