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무죄 선고 원심 파기환송

타인의 전자우편 내용을 출력한 `이메일 출력물'은 정보통신보호법상 비밀이 아니지만 그 내용을 회사에 제출하는 등 누출한 행위는 비밀 누설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타인의 이메일 내용을 인쇄한 출력물을 회사에 제출해 특정인의 비밀을 누설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안모(45)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그러나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모(46)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

제조업체 J사에 근무하던 안씨는 회사 동료가 협력업체 직원으로부터 특정 사업권과 연구개발 지원을 알선해 주는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은 것을 우연히 안 뒤 몰래 출력해 보관했다.

그러던 중 안씨는 친분이 있던 협력업체의 다른 직원 김씨가 J사로부터 금품 및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자 출력물을 건네줬고 김씨는 결백을 밝히기 위해 이를 회사에 제출했다.

이들은 정보통신보호법상 타인의 비밀을 침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안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김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김씨의 경우 "이메일 출력물 사본은 관련법상 타인의 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메일 출력물이 법상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ㆍ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비밀'에 해당하지 않음은 원심 판단과 같으나, 공소사실은 김씨가 건네받은 출력물을 징계위에 제출함으로써 피해자의 비밀인 이메일 내용을 누설했다는 것"이라며 "출력물이 타인의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김씨의 제출 행위가 타인의 비밀을 누설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