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주부들 따로 만나 범행시인 종용 시도까지…무리한 수사"
경찰 "정당한 수사 절차에 의해 진행…무리 없었다" 반박


평범한 가정주부들이 검거 수사 실적을 올리려던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절도범으로 몰렸다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경찰측은 "정당한 수사 절차에 의해 진행한 사건"이라며 판결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남부지법 형사7단독 홍순욱 판사는 귀금속 매장에서 귀걸이를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기소된 주부 A(35), B(36)씨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홍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귀걸이를 절취했다는 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증인인 경찰과 그에 따른 범죄인지보고, 절도 피의 사건발생보고서, 주변 증인들의 경찰진술조서, (검찰의) 심리생리 검사결과 등이 있지만 모두 증거 능력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홍 판사는 "당시 경찰은 피고인들이 귀걸이를 끼어보고 만지는 장면이 담긴 CC(폐쇄회로) TV만을 근거로 피고인들을 절도 용의자로 단정한 후 검거.수사실적 등을 올리기 위해 피해 신고에 의한 수사가 아닌 범죄인지에 의한 수사보고서를 작성하고 피고인들에게 경찰서 외의 장소에서 만나자고 권유했다"고 덧붙였다.

홍 판사는 또 "더구나 증인 중 한 명은 법정에서 피고인들이 구경한 목걸이와 분실된 귀걸이가 같은 곳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고 진술하고 있다"며 "CC TV에 피고인들이 촬영됐다고 해서 피고인들이 절도범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법원이 당시 CC TV화면에 대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에 따르면 화면 상태가 좋지 않아 피의자들이 귀걸이를 귀걸이 판에서 빼 귀에 걸었는지, 아니면 바지 주머니에 혹은 가방에 넣었는지를 판독할 수 없었다.

홍 판사는 이어 "경찰은 피고인들에게 피해품을 변상하면 검찰에서 선처를 받을 수 있다거나 피고인들과 피해자가 만나는 것을 별다른 이유없이 방해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해 피고인들로 하여금 절도범죄 사실을 자백하도록 회유, 협박했다"고 거듭 지적했다.

홍 판사는 다른 증인들의 각 경찰진술 내용에 대해 "증인들의 진술 취지는 두 여자 손님이 귀걸이 판에서 귀걸이를 빼 귀에 걸고 팔찌를 주문하면서 귀걸이를 구경했으므로 피고인들이 의심된다는 것이지만 이 같은 점만으로 피의자들의 유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측은 "CC TV 화면이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없어진 귀걸이를 만진 사람은 그날 피고인들 밖에 없었다"며 "매장 주인을 비롯해 종업원 모두 피고인들을 의심하는 상황에서 용의자로 특정하는데 무리가 없었고 검찰도 수사를 통해 죄가 있다고 판단해 기소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범죄인지보고서를 작성한 이유에 대해 "지구대에서 올라온 사건이 아니라면 통상 신고를 받고 수사를 하든 아니면 인지수사를 하든 모두 인지수사보고서를 작성하게 돼있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피고인들을 경찰서 밖에서 만나고 회유.협박했다는 법원 지적에 대해 "주부들을 만난 것은 경찰서 바로 옆에 있는 구청 분수대로 큰 무리가 없었다"며 "결코 회유.협박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A, B씨는 작년 8월13일 오후 1시께 서울에 있는 모 보석상에서 종업원이 잠시 주의를 소홀히 한 틈을 이용해 귀걸이 판매대에 걸려있는 귀걸이 2세트(시가 21만원 상당)를 훔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