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4ㆍ9 총선에서 살아남은 59명의 친박 의원들을 이끌고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 장악에 나설지 주목된다.

당 내에서 34명,당 밖에서 25명의 친박계 후보들을 당선시킨 박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이재오 이방호 등 친이계 핵심실세들이 줄줄이 낙선한 가운데,강재섭 대표도 전대에 불출마할 뜻을 내비침으로써 현재로선 뚜렷한 대항마가 없는 것도 박 전 대표에겐 유리한 국면이다.

박 전 대표는 아직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10일 박종근 당선자(대구 달서갑)가 대구 달성군 화원읍 자택으로 인사를 하러 온 자리에서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 표심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잘 읽고 반영해 (당을) 잘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이상의 정치적 발언은 없었다.

당권 도전에 대한 측근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박 전 대표가 직접 당권경쟁에 뛰어들어야 탈당파 친박계들의 원활한 복당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탈당파들이 복당을 하더라도 박 전 대표가 '비주류' 계파 수장의 한계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박 전 대표가 7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을 노릴 공산이 커 보인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온갖 시련을 견디며 당을 지켜야겠다는 일념으로 지금까지 버텨온 것 아니냐"며 "대표직 도전은 한나라당을 바로 세우기 위한 첫 번째 과정"이라고 말했다.

친이 진영에선 박 전 대표의 당권 도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한편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정몽준 홍준표 의원 등은 친이가 내세우는 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고 외부 영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친이계 한 중진의원은 "이미 당권을 향한 물밑경쟁은 시작됐다"면서 "이명박 정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친이계 적통 대표를 내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해 총선에 이어 친이-친박 간 2라운드 돌입을 예고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