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보다 물가에 무게..5월이후 금리 인하론 `솔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0일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회의를 연다.

이날 회의에는 이성남 전 금통위원의 자리가 비어있는 가운데 오는 20일 임기가 만료되는 강문수, 이덕훈 위원을 포함해 6명의 금통위원이 참석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그동안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 중립적인 자세를 취해온 금통위가 이번 달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기 둔화 신호가 보다 뚜렷해진 데다 5월부터는 친정부 성향의 신임 위원들이 입성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 물가가 금리 인하에 `걸림돌' = 여전히 높은 물가가 금리 인하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난 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3.9%나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3.6%에 이어 올해 1월 3.9%로 치솟은 뒤 2월에는 3.6%로 주춤했으나 3월 들어 다시 4%에 근접했다.

벌써 4개월째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3.0±0.5%)의 상한선을 벗어났다.

국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원자재 가격은 최근 투기자본의 이동과 국내외 증시 반등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한 양상이다.

따라서 물가만 놓고 본다면 금리를 내릴 이유가 없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준금리는 5%인데 물가가 4%대 가까이 올랐다는 것은 실질금리가 1%에 불과하다는 의미로 이미 충분히 낮은 편"이라며 "게다가 그동안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잡아야 한다고 누차 강조해 온 한은이 갑자기 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주요 민간 연구소들은 국내 경기가 1.4분기에 정점을 찍고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는 의견을 속속 내놓고 있다.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가 지난해 12월부터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2월에는 현재의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마저 마이너스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나 한은은 신중한 편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3월 수출이 19.1%의 높은 증가율 기록하는 등 작년 2분기부터 여전히 경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수출은 좋은 데 내수가 떨어지는 등 지표가 엇갈리고 있다"며 "경기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통위가 이번 달에도 금리를 동결하며 물가와 경기 흐름을 지켜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금리 인하론 `솔솔' = 하지만 전문가들과 시장 참가자들은 금리 인하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우선 바뀐 금통위원들의 성향에 주목하고 있다.

5월부터 통화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강명헌 위원과 최도성 위원이 친정부 측 인사로 분류되는 데다 한은 총재의 추천으로 입성한 김대식 위원도 최근 언론 기고에서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했지만 신임 위원 3명이 정부의 성장 정책에 동조할 경우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물론 신임 위원들이 당장 5월부터 각자의 성향을 드러낼 것으로 속단하기는 어렵다.

업무 파악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동안 관망적인 자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신임 위원들이 당분간은 관망할 가능성이 크며, 통화정책이 단번에 뒤집힐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다만 금통위원의 구성만 보면 중장기적으로 금리 인하 요인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 흐름도 문제다.

현재 경기 판단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하방 위험이 커졌다는 데는 정부나 한은도 이견이 없다.

세계 경제의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는 데다 국제 유가의 상승세와 금융시장 불안 등이 국내 실물 경제에도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는 분석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경기는 꼭짓점을 찍고 하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경기 하강이 좀 더 뚜렷해지고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5월에는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