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날개까지 달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에서 적수가 없는 '지존' 신지애(20.하이마트)가 세계무대를 겨냥해 새로운 병기를 마련했다.

신지애는 일본과 미국 등에서 스타 플레이어들의 캐디백을 멨던 베테랑 캐디 딘 허든을 영입했다.

이달부터 9개월간 국내외 대회에서 신지애를 도울 허든은 주급과 숙식, 교통비 등을 합쳐 1억원 이상 고액 급료를 받는 조건으로 계약서에 사인했다.

국내 선수가 전담 캐디를 두는 것은 이제 드문 일은 아니지만 연봉 1억원이 넘는 최고 수준의 외국인 캐디를 고용한 것은 신지애가 처음이다.

허든은 미국에서는 2년 밖에 뛰지 않았지만 잭 니클러스의 백을 메기도 했고 9년 가량 활동했던 일본에서는 미야자토 아이의 캐디를 맡았던 특급 캐디이다.

작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에비앙마스터스 때 신지애의 플레이를 눈여겨봤던 허든은 호주여자오픈을 앞두고 현지 캐디를 구하던 신지애와 연락이 닿자 백을 메기로 하면서 인연이 됐다.

호주여자오픈에서 허든의 도움을 받으면서 카리 웹(호주)과 연장전까지 벌였던 신지애는 이어진 ANZ마스터스와 LPGA 투어 HSBC위민스챔피언스까지 허든과 함께 치렀고 최근 정식 계약까지 맺었다.

신지애는 "딘 아저씨는 지금까지 만나본 캐디 가운데 가장 마음이 잘 통한다.

코스를 파악하는 일은 어떤 캐디나 다 하는 일이지만 딘 아저씨는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선수가 긍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재주를 지녔다"고 허든을 전담 캐디로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얼마 전 최경주(38.나이키골프)가 "선수의 마음을 이해하는 캐디가 최고"라고 언급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무대에 뛰어들 예정인 신지애는 허든을 통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경기 운영 요령 등에 대한 노하우도 전수받는다는 복안도 있다.

신지애는 "영어도 배울 수 있고 시즌 내내 허든에게 맡기고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돈이 아깝지 않을 것 같다"고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허든은 신지애가 해외 원정을 가면 먼저 현지로 날아가 '보스'가 불편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코스 파악 등 사전 준비를 갖추는 임무도 맡는다.

많은 투어 선수를 겪어본 허든도 낯선 한국에서 캐디생활을 선뜻 받아들인 데는 신지애가 앞으로 세계 최고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미 세차례 대회에서 호흡을 맞춰본 신지애와 허든은 정식 계약서에 사인한 뒤 첫 경기로 21일부터 사흘 동안 일본 고치현 고난의 도사골프장(파72.6천343야드)에서 열리는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 요코하마타이어 PRGR레이디스컵을 치른다.

총상금 8천만엔에 우승 상금 144만엔인 이 대회에는 송보배(22.슈페리어), 전미정(26.진로), 그리고 후도 유리, 요코미네 사쿠라, 고가 미호 등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 정상급 선수들이 빠짐없이 출전한다.

신지애는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 대회 출전이 이번이 처음이지만 두 차례 한일대항전에 나서면서 모두 낯익은 선수들이다.

허든이라는 새로운 날개를 단 '지존' 신지애가 처음 나서는 일본대회에서 어떤 성과를 낼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