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눈앞에 둔 관가는 지금 '업무 보고 중'이다.

임시 국회다,정부조직 개편 협상이다 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가운데도 관가 밖 별도의 사무실에 캠프를 차린 장관 내정자들을 직접 찾아가 업무 보고까지 하느라 자리를 비우는 일이 잦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재경부와 예산처를 제쳐놓고 한상률 국세청장의 보고부터 받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명동 은행연합회 건물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한 강 내정자는 재경부 및 예산처 간부들과는 상견례만 하고 부처 현황 및 업무추진 상황이 정리된 자료만 건네받았을 뿐이다.

반면 한 청장으로부터는 근로장려세제(EITC) 등에 대해 보고받았다.

인사청문회에서 '감세론'을 옹호하기 위해 국세청의 자문을 받으려는 것으로 주변에서는 해석하고 있지만 이 때문에 업무보고 시기를 놓치는 게 아니냐며 전전긍긍하는 재경부와 기획처 간부들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환경부 간부들은 박은경 장관 내정자와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에서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보고와 토론을 하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반도 대운하가 핵심 논쟁 사안이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한 관계자는 "지금의 여당 측에서 한반도 대운하가 환경에 미칠 악영향을 집중적으로 물어볼 가능성이 높다"며 "박 장관 내정자가 이에 대비한 각종 자료와 입장 정리를 도와줄 것을 간부들에게 요청해 함께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직동 생산성본부에 자리를 잡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는 재계 출신답게 규제 완화와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미래 성장동력 확충 등 일반적인 보고를 받는 데 적극적이어서 공무원들이 상대적으로 편했다는 후문.반면 노동법 전공 교수인 이영희 노동부 장관 내정자는 "국내 노동분야 현안은 크게 노사 관계와 고용 문제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며 "올해는 이 중 노사 관계에 특히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해 공무원들을 긴장시켰다.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내정자는 대통령 취임식을 준비하는 주무 부처인 때문인지 수시로 본부장과 실.국장들을 불러들여 보고를 듣고 일부 사항에 대해서는 직접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내정자는 고등 교육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고 유명환 외교부 장관 내정자는 북핵 6자회담의 진전과 한.미 동맹 강화 문제 등 청문회에서 쟁점이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강경론자로 알려진 남주홍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국회의원들의 예상되는 파상공세에 대비하기 위해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 상주하며 남북 문제와 관련된 보고를 집중적으로 챙겼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