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ㆍ휴일엔 방치 상태…관할 구청은 무인경비업체에 위탁

국보 1호를 앗아간 `숭례문 화재사건'은 방화 문제와 관계없이 안이한 관리ㆍ감독이 낳은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11일 경찰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숭례문은 문화재보호법상 관할 기초자치단체인 서울 중구청이 관리단체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중구청 공원녹지과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를 현장 근무시간으로 정하고 그 외의 시간은 무인경비업체에 보안 업무를 맡겨놓은 채 아예 숭례문을 비워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가 난 휴일의 경우 현장 근무자가 1명에 불과했고 평일에도 근무자가 3명이며 그나마 오후 6시 이후에는 1명만 남아서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어제 화재가 휴일 저녁 8시 이후에 발생해 당시 근무자는 한 명도 없었다.

어제 근무자는 규정대로 저녁 8시까지만 근무한 뒤 돌아갔다고 진술했다"라고 전했다.

1999년 개방 이후 누구나 쉽게 숭례문에 접근할 수 있게 됐는데도 출동에 시간이 걸리는 무인경비시스템에만 의존했다는 점이 사고 예방과 대처 능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숭례문 앞 폐쇄회로(CC)TV 카메라는 엉뚱한 방향으로 설치돼 있어 사고 예방과 수사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숭례문 관리사무소에서 설치한 CCTV 4대 중 1대는 후문을 향해 있고 다른 1대는 숭례문 안쪽을 향하고 있으며 나머지 2대는 숭례문 정면을 바라보고 있어 방화 용의자가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양쪽 계단이나 불이 붙기 쉬운 목재 누각은 사실상 감시의 사각지대로 방치돼 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CCTV를 숭례문 좌우측 계단이나 2층 누각 방향으로 설치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또 야간 시간대 경비 업무를 전담하는 무인경비시스템의 역할도 도마에 오른다.

경찰은 "모 업체가 중구청으로부터 매달 30만원을 받고 기계경비 용역을 해왔으나 지난달 30일 다른 업체가 5년간 무상 경비서비스를 제의해 이 업체로 계약이 변경됐다"며 "이 업체에 기계의 정상작동을 점검하거나 관리감독을 실시한 적이 있는지 물었으나 그런 사실이 없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