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당국 첫 발화지 다소 '혼선'…목격자 '방화' 주장 잇따라

국보 1호 숭례문이 11일 새벽 소실된 가운데 정확한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이 미스테리다.

특히 현장 목격자들은 방화 용의자가 숭례문에 올라간 지 1~2분만에 불길이 시작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소방당국은 발화지점을 2층 지붕 안쪽이라고 보고 있어 정확한 '방화' 경위를 캐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11일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숭례문 화재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판독결과 이날 화재는 숭례문 2층 좌측 내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정확한 발화 지점은 결론내지 못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불은 기둥이나 벽면을 타고 올라가서 지붕에 붙게 된다"며 "지붕 속 `적심'에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은 낮으며 밑에서 올라간 불길이 적심에서 만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화재진압 직후 소방당국은 "숭례문 기와 밑 강화다짐과 회벽바름 사이에 있는 적심에서 불이 발생해 아무리 물을 뿌려도 발화 지점까지 물이 도달하지 못했다"며 발화지점을 적심으로 변경, 지목했다.

관할 중부소방서에서는 숭례문 '화재상황보고서'에서 발화 지점을 '적심'으로 명시했다고 밝혔다가 뒤늦게 "화재상황 보고서를 작성하지도 않았다"며 말을 바꾸기도 해 상당한 혼선을 빚고 있다.

화재 현장을 지켜본 목격자들은 이번 화재가 방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화재를 신고한 택시기사 이모(44)씨는 "50대로 보이는 남성이 쇼핑백을 들고 숭례문에 올라간 지 1~2분이 지나자 불꽃과 함께 연기가 솟아올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현장에서 용의자로 의심되는 남성을 체포해 조사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브리핑에서 "누전이냐 방화냐, 실화냐를 놓고 쉽게 결론 내리지 못하는 것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기 때문"이라면서 "정확한 발화지점 및 화재원인은 감식 등 과학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만일 발화 지점이 적심이고 목격자의 `방화 가능성' 진술에 근거하면 불과 1-2분만에 지붕속 적심에 불을 지른다는게 가능할지 의문이 남는다.

문화재 전문가들과 재난 전문가들은 "그 짧은 시간에 적심 안에 불을 지르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고건축박물관 전흥수 관장은 "단청에 시너같은 발화물질을 뿌리는 방법으로 방화는 가능하지만 적심까지 올라가서 불을 지를 수는 없다"며 "누군가가 짧은 시간 안에 불을 지르고 나올 수는 있겠지만 만약 그랬다면 구조를 잘 아는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화재원인으로 꼽히는 '전기누전'의 경우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숭례문 1층의 조명시설은 외부에서 연결된 것으로 건물과는 무관하며 숭례문 내부에는 전기시설 자체가 없다"며 "조명시설은 건물 외부에 설치된 것이기 때문에 누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조 기자 kb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