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화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1일 사건 현장을 담은 폐쇄회로(CC)TV와 목격자를 확보했으나 아직까지 방화 여부를 확인할 만한 뚜렷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영수 남대문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택시 운전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3명의 목격자를 확보했으나 운전기사와 두번째 목격자, 세번째 목격자의 진술이 다소 불일치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이모(44)씨는 "50대로 보이는 남성이 쇼핑백을 들고 숭례문에 올라간 지 1~2분이 지나자 불꽃과 함께 연기가 솟아올랐다"며 방화 의혹을 제기했으나 다른 목격자들의 진술과 다른 부분이 있어 이씨의 진술만으로 섣불리 방화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숭례문 공원관리사무소에서 넘겨받은 CCTV 화면에서도 방화 여부나 화재 원인을 확인할 만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관리사무소 측이 설치한 CCTV 4대 중 1대는 후문을 향해 있고 또 1대는 숭례문 안쪽을 향하고 있으며 나머지 2대는 숭례문 정면을 바라보고 있어 방화 용의자가 계단으로 올라가 누각 위에서 불을 붙였는지 여부를 판별하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탐문 수사를 통해 관리사무소 외에 주변에 설치된 다른 CCTV를 확보하고 추가 목격자 진술을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일단 방화와 누전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날 중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울경찰청 감식팀, 남대문서, 전기안전공사, 소방서 등과 함께 합동 감식작업을 벌여 구체적인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또 야간과 새벽 시간 숭례문 경비를 맡고 있는 무인경비업체가 최근 변경됐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업체가 변경된 이유와 관할 구청 및 업체의 관리ㆍ감독 소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날 오전 관할 구청인 서울 중구청 관계자를 불러 숭례문에 대한 문화재 관리ㆍ감독이 소홀했는지 여부와 기계 장비 관리에도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이준삼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