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규제를 풀어 통신 요금을 내리기로 방침을 정한 가운데 KT를 비롯한 통신업계가 '자율적 요금 인하'에 나섰다.통신 서비스 가입비나 기본 요금을 내리지 않는 대신 결합상품(2개 이상의 통신 서비스 묶음상품)이나 망내 통화(자사 가입자 간 통화) 할인율을 높이기로 하는 등 다양한 요금 인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T는 이달 중 결합상품에 시내 전화를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이에 따라 KT 초고속인터넷과 시내 전화를 함께 쓰는 결합상품 가입자는 요금을 10% 할인받게 된다.현재도 초고속인터넷(메가패스) IPTV(메가TV) 무선인터넷(네스팟) KTF 이동통신 등을 묶어 쓰는 가입자에겐 10% 요금 할인 혜택을 주지만 이용자가 가장 많은 시내 전화는 대상에서 빠져 있다.

KT가 결합상품에 시내 전화를 포함시키기로 한 것은 인터넷전화의 요금 공세에 맞서 가입자를 지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현재 LG데이콤을 비롯한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은 저렴한 요금을 내세워 KT 시내전화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더구나 상반기 중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가 도입돼 070 식별번호를 붙이지 않게 되면 인터넷전화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KT가 결합상품 할인 대상에 시내 전화를 포함시키면 하나로텔레콤과의 결합상품 경쟁이 치열해지게 된다.하나로는 현재 '초고속인터넷(하나포스)+시내전화'나 '초고속인터넷+IPTV(하나TV)' 결합상품은 10%,'초고속인터넷+시내전화+IPTV' 결합상품은 20% 할인해 주고 있다.

KT는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결합상품 규제(할인율 10%)가 풀리면 할인율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하나로텔레콤 역시 SK텔레콤에 인수되고 나면 SK텔레콤 이동통신 서비스도 결합상품 대상에 포함시켜 2종 결합,3종 결합,4종 결합 등 다양한 할인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KT는 3일 100메가급 초고속 인터넷 요금을 10% 인하했다. FTTH(광가입자망) 기반의‘메가패스’스페셜 요금을 월 4만원에서 3만6000원으로 내렸다.또 요금을 20% 깎아주는 4년 약정할인제를 도입했다.이에 따라 100메가급 스페셜 상품을 월 2만8800원에 이용할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은 4일 요금 인하 방안을 발표한다.현재 50%인 망내할인율을 가입 기간에 따라 70~80%까지 높이기로 했다.장기 가입자 할인폭 확대와 가족 간 통화 할인,위성DMB 결합상품 할인율 확대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텔레콤은 다음 달 ‘리비전A’라는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본격화하면서 데이터 서비스 요금을 획기적으로 낮출 계획이다.LG텔레콤 관계자는“LG텔레콤 요금은 이미 경쟁사들보다 20% 정도 낮다”며 “경제적인 데이터 요금제를 3월 중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동관 인수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통신요금 인하와 관련“, 정부가 어떻게 하라고 할 수는 없고 업계 자율로 하는 것으로 안다”며“규제완화를 통해 1,2년 내에 20% 인하효과가 나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새 정부에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