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고가 풍부한 나라들이 이를 활용해 운용하는 국부펀드가 세계금융시장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대규모 투자가 국제금융시장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부펀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비롯된 세계금융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지원군이 되고 있다.

지난 주말 메릴린치가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에서 50억달러를 지원받게 됐다는 소식에 힘입어 뉴욕증시가 강한 반등세로 돌아선 것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메릴린치만이 아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국부펀드에서 50억달러,UBS는 싱가포르투자청(GIC)에서 97억달러,씨티그룹은 아부다비투자청(ADIA)에서 75억달러를 각각 투자받아 위기를 벗어났다.

중동국가들은 오일머니를,중국 등 다른 나라들은 넘쳐나는 무역흑자를 앞다퉈 국부펀드에 투입하고 있어 앞으로의 역할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중국의 경우 현재 운용규모가 2000억달러,아부다비투자청은 9000억달러에 이르고 있는 데다 사우디도 곧 세계최대규모 국부펀드를 출범시킬 예정이어서 그 영향력이 얼마나 커질지는 짐작하기조차 힘든 형편이다.

국부펀드에 대해선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이 엇갈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신흥개발국들이 세계금융시장에서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증시나 원자재 시장 등에서 가격왜곡을 일으키며 세계경제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우려(憂慮)를 낳기도 한다.

문제는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2005년 200억달러를 투입해 한국투자공사(KIC)를 설립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고 투자대상도 극히 제한적이다.

하지만 국부펀드가 세계금융지도를 바꿔 놓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만 운용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점이 많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KIC 운영방안에 대해 철저히 재점검하는 한편 투자대상과 금액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