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저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역 인근 구시가지에서 장어구이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성신(52)입니다.

지금 장소에서 5년 전 한 장어구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창업했다가 지금은 결별하고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맹점으로 창업한 초기에는 하루 2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면서 잘 나갔습니다.

그런데 2년 전 중국산 장어 파동으로 매출이 뚝 떨어지는 바람에 고깃집으로 업종을 바꿨다가,실적이 회복이 안돼 5개월 만에 다시 장어구이 전문점으로 되바꿔 영업하고 있습니다.

원래 식당 전체가 방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고깃집으로 변경하면서 절반은 방으로,절반은 입식 테이블로 구조를 바꿨습니다.

현재 99㎡ 규모에 테이블이 17개 있습니다.

장어전문점으로 다시 영업을 해도 매출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웅어회와 과메기 등을 접목해 운영해 봤지만 실적은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1월에는 월 매출이 700만원을 겨우 웃돌았습니다.

장어는 전북 고창에서 올라오는 질 좋은 장어를 직접 공급받아 사용하기 때문에 장어 원가가 40%에 달합니다.

기타 부자재까지 감안하면 50%에 가까운 원가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월세 180만원과 저녁에만 쓰는 아르바이트생에게 나가는 60만원 등 각종 경비 지출을 감안하면 제 인건비는 고사하고 남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손익분기점은 겨우 맞추는 것 같은데 창업자금 원리금 상환에다 기본적 생활비 지출로 인해 임차료가 5개월치나 밀린 상황입니다.

음식점 운영 경력이 15년 가까이 되지만 지속적인 영업 부진으로 이렇게 자신감을 잃어보기는 처음입니다.

1년 365일을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영업하면서 장어도 직접 잡아 요리하고 홀 서빙까지 해왔지만 요즘은 체력마저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현재 점포의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잘하는 메기찜이나 굴탕같은 요리와 접목을 한다면 매출이 다시 살아날까요?



[ 상권과 입지는 ]

의뢰인의 가게는 고양시에 있는 옛 일산 지역인 일산동에 있습니다.

일산신도시와는 달리 일산동 주변은 공원이나 교육.의료.상업시설 등 도시 인프라가 부족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주를 꺼리는 지역으로 인식됐습니다.

도로망도 복잡해 처음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목적지를 찾는 데 적지 않은 고생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파주 신도시가 성장하면서 가교역할을 하게 됐고,일산신도시와는 달리 도시 속의 고향을 느낄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인식되면서 새삼 주목을 받는 상권이기도 합니다.

의뢰인의 가게가 있는 도로는 원래 폭이 협소했지만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던 곳입니다.

때문에 생활관련 업종이나 음식점들이 번성했습니다.

특히 교외로 향하는 지역이어서 과거엔 대로변에 사철탕,오리,장어구이,민물회,추어탕 등 이른바 보양 음식점들이 호황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상권 전체가 새로운 소비문화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외지에서 유입된 인구가 일산동 토박이보다 더 많을 정도로 소비층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형마트가 생기는 한편 일산 보건소를 중심으로 70여개에 이르는 의료시설과 교육시설이 있고 유명 외식 브랜드가 속속 입점하는 등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보양 음식점들은 서서히 자리를 떠나고 있으며 오히려 생활밀착형 아이템이나 테이크 아웃형 아이템이 아닌 바에는 중.대형 고급음식점으로 변신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10대 이하 인구는 적은 반면 10대 청소년층이 많은 것도 특징입니다.

이들은 부모와 식사하기를 꺼리는데다 민물장어와 같은 보양음식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 가게 걸림돌은 ]

상권 특성의 변화로 의뢰인 가게 아이템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보양 음식점이 자리를 옮기고 있고 패스트푸드나 샤브샤브,건강죽집 등이 들어서고 있는 입지에 위치해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이 전체 가구의 60% 이상을 차지하면서 보양음식이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손님이 장어를 주문한 뒤 나오기 까지 20여분이 소요되는 지금의 영업 스타일도 매출이 부진한 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객이 주문한 뒤에 두 번 구워 고객에게 내놓는 지금의 방식은 장어의 싱싱함을 위한다는 측면에서 나름대로 일리는 있습니다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손님들에게 지루함을 안길 뿐입니다.

쾌적하고 깔끔한 음식점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것도 문제입니다.

여기 저기 붙어있는 주류 광고와 정리안된 수납장,오래된 벽지와 환기 문제는 식감을 떨어뜨리면서 가족 외식을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간판의 상호명도 일반인이 잘 알지 못하는 웅어를 풍천장어와 나란히 표현하다 보니 장어전문점의 특색마저 퇴색했습니다.

불판으로 주물판을 쓰는 것도 장어구이의 맛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주물판을 사용하면 고열로 굽지 못해 고소하고 탱탱한 육질을 느끼기 힘듭니다.

경쟁 상권인 풍동 애니골이나 호수공원 주변만 해도 고급 인테리어와 함께 숯불구이 방식을 택한 장어집들이 외식업소로 인정받고 있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반찬 구성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1인분(1마리)에 1만원 정도 하는 장어구이는 육고기에 비해 포만감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고급 매장이 아닌 경우에는 일식집과 같은 정도의 보조 안주를 제공해서 포만감과 만족도를 높여야 합니다.


[ 개선방안은 ]

우선 메뉴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어구이를 보양 음식인지,해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접목할 수 있는 아이템이 나눠지는데 현재의 상권에서는 후자가 위험 부담이 덜합니다.

모듬해물찜이나 붕어매운탕 정도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가족 단위의 외식 수요를 겨냥해 점심 메뉴를 추가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장어탕,장어덮밥,장어죽,장어정식 등을 추천합니다.

소스와 상차림에 대한 연구도 해야 합니다.

불판 위에 얇게 썰은 양파를 얹어 놓고 그 위에 장어를 올려 놓으면 빨리 식지도 않고 푸짐해 보이기도 합니다.

장어구이가 포만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음식이라는 점을 감안해 4∼5가지의 보조안주를 개발해 제공해야 합니다.

맛탕,탕수육,계란찜처럼 원가 부담이 적으면서도 젊은층이 선호하는 안주거리를 선보여야 합니다.

점주가 매출을 늘리기 위해 개업 5주년 이벤트로 복분자 와인 1병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데,오히려 보조안주를 넉넉하게 주는 게 낫습니다.

특히 식전에 장어쓸개로 단금 술 한잔과 보조안주를 제공하는 것도 좋습니다.

장어구이를 주문한 뒤 나오는 시간도 10분 이내로 줄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사전 전화예약 손님에게는 할인을 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하루 평균 고객 수나 방문시간 등을 면밀히 조사해 장어를 미리 구워 신속히 서비스하는 노력도 요구됩니다.

장어구이가 제맛을 내도록 숯불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볼만 합니다.

장사가 잘되는 장어구이 전문점을 직접 찾아가 벤치마킹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벽면 도배와 정문유리 선팅을 비롯해 간판 천갈이를 통해 변신된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특히 벽면에는 메뉴 사진과 함께 장어구이법이나 비타민 함유량 등 건강과 영양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는 광고물로 대체하면 손님들의 식욕을 북돋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간판도 단순한 글씨 위주보다는 그림이 포함된 예쁜 디자인으로 다시 만들어 젊은층이 좋아하도록 시각적인 효과를 내야 합니다.

정리=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 컨설팅에 도움주신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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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희 연합창업컨설팅 대표

박민구 맛깔컨설팅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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