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금융의 총아인가,금융 재앙의 뇌관인가.'영국 BBC 인터넷판은 최근 글로벌 금융경색으로 수학과 물리학으로 무장한 '퀀트(Quant)'들이 지배하는 금융시장에 빛과 그림자가 엇갈리고 있다고 27일 보도했다.

퀀트는 첨단 파생상품을 설계하고 관련 거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금융공학 전문가. 주로 금융계에서 일하는 전직 물리학자나 응용수학자를 지칭한다.

이들은 첨단 금융에 대한 시장의 욕구와 맞물려 90년대 뉴욕 월가로 대거 진출,퀀트 펀드의 전성기를 일궜다.

퀀트 펀드란 사전에 정해진 수학 모델에 따라 컴퓨터를 통해 자동으로 매매가 진행되는 펀드다.

비판론자들은 퀀트들이 동일한 수학적 이론에 기초한 모델을 사용하기 때문에 비슷한 환경에서 대부분 퀀트 펀드들이 똑같은 의사결정을 내려 금융위기를 일으킨다고 지적한다.

최근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문으로 야기된 세계적 신용경색 위기도 이런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불거진 8월 퀀트 펀드들의 투매 현상이 빚어져 시장의 낙폭을 키우고 사태를 심화시켰다는 얘기다.

반면 옹호론자들은 퀀트에 대한 비난은 금융공학에 대한 무지에 기인한다며 금융 시장은 수학 및 물리학자들의 창의력 덕을 보고 있다고 반박한다.

영국 런던 임페리얼칼리지 경영대학원의 윌리엄 페로딘 교수는 "퀀트는 펀드와 금융사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다"며 "만일 옛날 방식으로 되돌아간다면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