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 29일 TV 연설 예정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선거가 6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우려했던 사태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러시아 정국이 어수선한 분위기다.

이번 선거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비례대표 1번으로 나서면서 판세는 이미 여당으로 기울어진 상태로 총선이라기보다는 푸틴이 이끈 8년간의 정책을 평가하는 국민투표로 가는 분위기다.

더욱이 크렘린이 언론을 장악한 상황에서 국민은 총선보다 오히려 푸틴의 3선 연임과 내년 3월 대선 이후 그의 행보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당 세력이 주도한 24일 모스크바와 25일 상트 페테르부르크 집회는 판세에 영향은 미치기보다는 국민의 관심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선거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야당인 우파연합 등이 주도한 상트 페테르부르크 집회에서는 보리스 넴초프 등 야당 지도자들을 포함해 200여명이 방패와 곤봉으로 무장한 경찰에 강제 연행됐고 모스크바 집회에서도 60여명이 연행됐다.

특히 23일 우파연합의 대선 후보로 지명된 넴초프는 연행 1시간여 만에 풀려났지만 야권 대선후보 중 한 명인 왕년의 체스 세계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는 모스크바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류 5일을 선고받았다.

푸틴 반대론자들은 "소련 붕괴 이후 얻은 자유에 대해 탄압을 가했다"고 비판하고 있는 반면 크렘린은 "이번 야당의 집회는 서방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일 뿐 대중적 지지를 받지 못한 소수 정치인들의 행위"라고 반박했다.

이번 선거에서 언론을 동원한 야당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야당 지도자들까지 체포됨으로써 그간 푸틴 정권의 '민주주의 퇴보'을 지적해 온 서방 국가들의 공세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5일 이번 시위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대응방식과 카스파로프의 구금에 대해 이례적으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과 국무부 대변인이 성명을 발표하고 우려를 표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기사에서 "이번 주에 다른 집회도 금지되거나 경찰에 의해 제한됐다"면서 "크렘린이 대통령에 반대하는 대중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어떤 관용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푸틴의 고향인 상트 페테르부르크가 온통 통합러시아당 일색으로 다른 정당의 선거 홍보물은 보기 드물"다"며 선거 분위기를 전했다.

우파연합의 또 다른 지도자로 넴초프와 함께 연행됐다 풀려난 니키타 벨르흐는 "경찰의 이번 조치는 분명한 법 위반으로 면책특권을 가진 사람에 대한 체포는 검찰 총장만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 국영 TV인 '채널1'은 이번 시위를 과격 극단주의자의 행동으로 표현하면서 "카스파로프가 이끄는 세력이 나이 든 사람들을 속여 정부 전복을 꾀하고 있다"며 야당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보도했다.

그런가 하면 대선 후보군 중 한 명인 세르게이 이바노프 제1부총리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서 통합러시아당을 지지할 것"이라며 "불행히도 러시아는 아직 정상적인 좌파 또는 우파 정당을 갖지 않고 있는데 그럼에도 러시아 국민은 특정 후보와 현상에 대해 자신의 의향을 표현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민주주의다"라고 말했다.

야권 세력의 집회에 대한 러시아 당국의 대응 방식이 논란이 되면서 정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모스크바 철도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 파업을 벌일 예정이어서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27일 밤부터 28일까지 24시간 파업에 들어 가기로 했지만 사법당국은 이를 허락하지 않으면서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오는 29일 TV를 통한 대국민 연설을 할 계획이어서 이번 선거와 관련, 어떤 발언을 할 지 주목된다.

크렘린은 "대통령으로서가 아닌 통합러시아당 비례대표 1번 자격으로 연설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