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 원한다고 되나요?"

최종 성적 발표를 일주일여 앞둔 사법연수원의 분위기를 연수생 A씨는 이 같은 한마디로 정리했다.

어려운 사법고시를 통과했어도 또 다른 관문인 '취업고시'가 남아 있어 여전히 공부의 압박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전통적으로 최종 성적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11월은 사법연수생에게 또 한번의 '고시의 계절'이다.

사법연수원 측도 연수생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11월26일에 대대적인 취업박람회를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취업의 계절인 11월,요즘 사법연수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곳은 어딜까?

연수생들은 근래 들어 300등 안에 드는 소위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경우 김앤장을 비롯한 대형 로펌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로펌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연봉이 높기 때문.하지만 그 외에도 연수생들은 로펌에 가면 여러 가지 분야의 다양한 일을 '제대로' 배울 수 있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연수생 B씨는 "로펌이 다루는 금융,기업 인수.합병(M&A),기업 자문 등 수많은 분야에서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로펌에 가고 싶어하는 상위권 연수생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1위 로펌인 김앤장의 경우 판사도 마다하고 가려는 연수생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로펌들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올해 신입 변호사로 뽑는 사법연수원생 수를 대폭 늘렸다.

가장 많이 뽑는 곳은 법무법인 광장이다.

지금까지 낙점한 연수원생만 24명이다.

지난해 10명을 뽑았던 것에 비하면 2배 이상 늘린 셈.법무법인 태평양도 20명 이상의 사법연수생을 이미 낙점했다.

다른 로펌들도 숫자의 차이는 있지만 예년에 비해 신입 변호사의 수를 더 늘렸다.

법무법인 광장의 권순욱 대외협력실장은 "신입 변호사들을 대폭 충원하기 위해 45명의 변호사가 자리잡을 수 있는 건물 1개층 확장 공사를 11월 초에 시작해 진행 중에 있다"며 "기본적으로 일거리가 넘치고 로펌들이 법률시장 개방 등에 따라 대형화하는 추세에 있어 향후 몇 년간은 신입 변호사들을 많이 뽑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로펌들이 이렇게 대폭 충원에 나서도 전체 사법시험 합격자에 비하면 뽑는 수가 워낙 적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는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왔던 법원이 연수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이다.

또 로펌은 나이가 많을 때는 취업이 잘 안 되고 성적 외에 집안 배경 등도 합격에 무시 못할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법원의 강세는 여전하다.

연수생 C씨는 "검사는 사양산업이라고까지 말하는 검사들이 있는 반면 판사는 법조계 3직역 중 일종의 '갑'의 위치라는 것 때문에 법원이 연수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안정적인 직장을 바라는 사회적인 분위기 탓에 공직에 진출하려는 연수생들도 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재정경제부 등 수요가 있는 정부 부처에 들어가기 위해 따로 준비하는 연수생이 있을 정도.안정적이기도 하거니와 일도 적기 때문이다.

또 이런 정부 부처에서 근무 경력을 쌓으면 대형 로펌에서의 스카우트 제의도 많이 들어오기에 때문에 대형 로펌에 바로 가지 못한 연수생들은 '징검다리' 삼아 정부 부처 근무를 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