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국 재무장관 회의소집..투명성과 국가안보 우려

한국이나 중국 등에서 유입되는 국부펀드에 대한 선진국들의 통제가 강화될 전망이다.

선진국들은 세계 헤지펀드의 총액을 능가하고 있는 이들 국부펀드가 투명성을 결여하고 있는데다 국가안보와 관련되는 기간산업체의 지분을 인수할 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은 19일 워싱턴에서 한국과 중국 쿠웨이트, 노르웨이, 러시아, 사우디 아라비아,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8대 국부펀드 국가 대표들과 만찬을 갖고 이에 관한 미국의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데이비드 매코믹 재무부 차관은 "건설적인 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우리는 투자에 대한 개방성 유지와 금융안정 증진에 관한 공동의 의지를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보유고의 일부로 편성되는 국부펀드는 지난 1970년 이래 계속 존재해 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덩치가 더욱 커지면서 2조5천억달러의 규모로 성장했고 세계경제에 대한 영향력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015년까지 12조달러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는 이 펀드가 소속 국가의 외교정책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국가안보를 해칠 위험성이 있는 외국 정부의 투자제안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통해 나름대로 검증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으며 독일 등 다른 선진국도 유사한 제도의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올 봄에 중국에서 유입된 2천억달러의 펀드가 블랙스톤 그룹에 30억달러 투자를 통해 10%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정치적인 논란이 발생했다.

미국의 세계적 사모투자회사인 블랙스톤은 미군이 사용하는 위성기술이나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방산업체 등을 포함한 다양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일부 의원들은 국가안보에 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이 문제가 완전히 정리될 때까지 47억달러 규모로 추진됐던 블랙스톤의 기업공개(IPO)를 늦출 것을 요청했으나 CFIUS는 이를 거부했다.

최근 카타르의 펀드가 런던 및 북유럽 증시 운영업체인 OMX의 지분을 대거 매집한 것이나 아부다비 퍼드가 미국 2위 사모펀드인 칼라일의 지분 7.5%를 매입한 것도 정치적 논란을 야기한 사례들이다.

이와 관련, 미 국제경제연구소(IIE)의 에드윈 트루먼 선임연구원은 "선진 7개국(G7)이 국부펀드와 그 움직임, 영향력 등에 대해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부펀드 운용국들의 재무장관과 펀드 운용자들이 폴슨 장관의 초대에 응한 것은 그들도 더 이상은 레이더를 피해서 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크리스토퍼 콕스 위원장은 지난 여름 의회에서 세계 자본시장에서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국부펀드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