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가 당사자의 서명을 받지 않고 보험 계약을 맺었다면 절반 이상의 보험금을 손해배상금으로 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어머니 명의로 재해보험을 들면서 대신 서명한 딸 박모씨가 어머니 사망 후 보험금을 주지 않는 회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보험모집인은 보험계약자에게 서면동의 등의 요건에 관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해 유효한 보험계약이 체결되도록 조치할 주의 의무가 있는데 보험모집인이 이런 설명을 하지 않아 보험계약이 무효가 되고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면 보험계약자에게 그 보험금 상당액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보험사의 책임을 60%로 보고 보험금 5000만원 가운데 3000만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박씨는 평소 당뇨와 고혈압을 앓던 어머니가 물이 담긴 대야에 얼굴을 담그고 숨진 채로 발견되자 실족해 익사한 것이라며 보험회사를 상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달라고 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재해가 아닌 지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했다.

항소심에서 보험사는 어머니가 보험계약자인데도 박씨가 계약서에 서명해 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을 폈고 재판부는 재해로 인한 사망을 인정한 뒤 어머니의 서명이 없어 보험 계약은 무효이지만 계약 당사자의 서명을 받지 않은 보험회사에도 책임이 있으므로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