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북동 지역에서도 산불 발생

최소 64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막대한 재산 피해를 낸 그리스의 산불이 진정되면서 구호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소방 방국은 29일 모든 주요 산불이 전반적으로 약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국은 주말 폭염을 앞두고 산불 재발 가능성을 우려해 높은 경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57명이 희생된 남부 펠로폰네소스 반도에서는 모든 불길이 잡힌 가운데, 소방 헬기 20대 이상의 지원을 받는 소방관들이 남은 불 정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방 당국의 니코스 디아만디스 대변인은 "산불이 더 이상 번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지역의 기온도 지난 24일의 섭씨 41도 보다 훨씬 낮은 28도 안팎으로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29일 오후엔 중부 펠로폰네소스의 산악 마을 카리타이나 인근에서 강풍으로 인해 불길이 다시 일자 당국은 인근 5개 마을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다행히 중세 성이 있는 카리타이나 마을은 위험에 처하지 않았다.

7명이 사망한 아테네 북쪽 에비아 섬에서는 모든 불길이 잡혔으나, 알바니아와 면한 북서쪽 국경 지역 인근에서는 최소 두 건의 주요 산불이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불길이 잡혀가자 그리스의 보수파 정부는 대규모 구호, 복구 작업에 나섰다.

정부 부대변인인 에반겔로스 안토나로스는 "주요 과제는 피해 주민의 고통과 스트레스, 근심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9월 16일 총선을 앞둔 가운데 유권자를 의식한 정부는 최대 피해 지역인 엘리스 지방과 에비아 섬에서 복구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재무부는 산불 피해자들에게 즉각 지급될 3억 유로를 배당했다.

재무부는 유럽연합(EU)의 긴급 구호 자금을 추가로 요청했다.

이번 산불로 재산, 가축, 곡물, 관광 업계에 30억 유로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수십 개 마을에서 수백 채의 집이 파괴됐고, 산악의 생태 시스템이 훼손됐다.

생태 시스템 복원에는 수십 년이 걸릴 전망이다.

펠로폰네소스의 일부 지역에서는 전반적인 생활방식까지 타격받았다.

화마는 또 2천800년 전 고대 그리스 유적 올림피아까지 위협했다.

19개 국의 지원을 받은 가운데 소방 당국은 아직 총체적인 피해 규모 평가액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수풀, 올리브 숲, 잡목 20만 헥타르가 소실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1950년 공식 기록이 시작된 이래 최대 피해 규모다.

방화가 이번 산불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6명이 고의 방화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한편 스페인 북동쪽 카스테욘 지역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소방관 300명 이상이 동원돼 진화 작업을 벌였다고 AFP 통신이 29일 환경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불로 1천500 헥타르의 관목 지역과 농지가 훼손됐고 주민 33명이 한때 대피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발렌시아 지방에서도 39도까지 기온이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자 지방 정부가 최고 수준의 산불 경계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