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의 '역습'이 시작됐다.

'온라인게임 종주국'인 한국에 '메이드 인 차이나' 온라인게임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단순히 반응을 떠보려는 차원이 아니다.

한국산과 '맞짱'을 뜨러 들어온다.

2000년대 초만 해도 한국 온라인게임이 중국으로 몰려가 인기 순위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이젠 상황이 반전됐다.

CJ인터넷은 지난 23일부터 중국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완미세계(完美世界)'를 비공개로 시범 서비스하고 있다.

완미세계는 MMORPG에 캐주얼게임 등 여러 장르의 장점을 결합한 중국 최고 수준의 게임이다.

중국 온라인게임 인기 순위에서 한때 1위까지 올랐고 현재도 10위권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완미세계 시범 서비스에 참여한 게이머들은 대체로 호평하고 있다.

게시판에는 '우리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느니 '몽환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는 글이 올라 있다.

CJ인터넷 관계자는 "중국에서 한때 1위에 올랐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시범 서비스에 참여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 게임은 중국 완미시공이란 회사가 만들었다.

스토리는 조물주의 천지창조,신들의 대립,완미세계 창조,대리인의 등장,완미세계 분열들로 이뤄졌다.

게임 속 캐릭터는 하늘을 날아 다니며 싸운다.

안내문에는 '힘들게 달리고 걸어다닐 필요가 없다'고 쓰여져 있다.

날아 다니는 것을 빼고는 한국산 게임과 다를 게 거의 없다.

완미세계는 지난달 12일부터 나흘 동안 상하이에서 열린 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차이나조이를 참관했던 김영만 한빛소프트 회장은 완미세계에 대해 "중국산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퀄리티'가 높다"고 평가했다.

그래픽,스토리에서 한국산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

엄밀히 따지면 완미세계가 처음은 아니다.

수년 전 '항해세기'라는 중국산 온라인게임이 한국에 들어온 적이 있다.

그러나 항해세기는 완미세계만큼 동시접속자가 많고 인기를 끈 게임이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한국 시장을 탐색하러 보낸 '선발대'였다.

완미세계의 한국 상륙은 탐색이 끝나 본진이 들어온다는 뜻이다.

완미세계의 한국 진출을 계기로 중국산 게임이 대거 몰려올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아직까지는 한국산에 비해 '후지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미세계가 성공을 거두고 나면 완전히 달라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된다 싶으면 물밀듯이 밀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게임의 한국 진출은 중국 시장에서 한국산이 밀려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한국 온라인게임은 2000년대 초에는 중국 랭킹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2003년의 경우 위메이드의 '미르의 전설'이 1위,웹젠의 '뮤(MU)'가 2위,'미르의 전설2'가 5위에 올랐다.

지금은 5위권 안에 넥슨의 '마비노기'(4위) 하나만 들어 있을 뿐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요즘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내 PC방을 중국산 온라인게임이 장악할 날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지난해 '바다이야기 파문'이 터진 후 게임산업 육성에서 손을 뗀 반면 중국 정부는 게임에서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