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측 "대세 결정났다" 朴측 "`박풍' 재연될 것"
`경선 후폭풍' 우려 증폭..`대오 정비'가 관건


한나라당 경선이 꼭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0일 투표결과가 발표될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전당대회에서 누가 마지막에 웃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이명박(李明博).박근혜(朴槿惠) 두 유력주자 진영은 서로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객관적 판세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앞선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를 적게는 7% 포인트, 많게는 13% 포인트 가량 앞서있다.

또 선거 중.종반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1위 주자에 대한 검증 공세가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와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빅 이슈에 파묻히면서 경선이 종착점을 향하고 있는 12일 현재 판세에 별 영향을 주고 있지 못한 것도 이 전 시장측으로서는 일종의 행운이다.

이 전 시장 캠프의 박희태 선대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의원, 당원, 국민 선거인단 어느 한 곳도 지는 곳이 없이 모두 크게 이기는 것으로 나온다"면서 "대세는 굳어졌으며 더 이상 변동은 없을 것이다.

약 10% 포인트 차이로 승리할 것"이라며 `대세 확정론'을 주장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측은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다.

선거는 끝나봐야 안다"면서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이 우리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며 역전을 자신했다.

이 전 시장이 우위를 보이는 수도권과 호남 지역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내부 선거에서 투표율이 그리 높지 않은 반면, 영남쪽은 상대적으로 높아 전체 유효 득표수에서 유리하다는 것이 박 전 대표측의 판단이다.

박 전 대표 캠프의 홍사덕 선대위원장은 "정권교체를 이룰 후보, 범여권의 공격에도 안전한 후보를 바라는 당원, 대의원, 국민의 마음이 투표 과정에서 강력하게 작동할 것"이라며 `박풍(朴風)' 재연을 자신하면서 "이 전 시장의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남은 일주일간 국민이 모두 알게 될 것"이라며 막판 뒤집기를 위한 총공세를 예고했다.

양 캠프는 선거 당일 투표율과 10%를 상회하는 부동층의 막판 선택이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자파 지지자들의 투표 독려와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부동층 표심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렇듯 `빅2' 진영이 선거 승리를 위한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경선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이.박 양 진영이 정치공방을 넘어 `너죽고 나살기'식의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고, 당 안팎에서 "양측이 이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평가가 공공연하게 나오는 상황에서 과연 경선후 정권교체를 위한 행보를 함께 해 나갈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경선후 후보 중심으로 당의 대오가 빠른 시일내에 정비되고 후보의 지지율이 이를 견인해 나갈 수 있을 정도라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후보의 지지율에 이상 현상이 발생하면 내부에서 곧바로 후보 흔들기가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대선 국면에서도 당시 민주당 전당대회를 전후해 노무현 후보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던 2개월 여 동안은 당이 후보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지만, 지지율이 빠지기 시작하자 `후단협'(후보단일화협의회)이 만들어 지는 등 내부의 후보 흔들기가 극심했었다.

특히 `올 오어 낫싱'의 선거판에서 승자쪽이 자파 중심의 선대위 구성을 통해 사실상 당을 장악하게 될 경우 내년 총선 공천에서 탈락할 것을 우려하는 패자쪽 의원이나 당협위원장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당이 쪼개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영남 출신의 한 초선 의원은 "경선이 끝나면 범여권은 남북정상회담이니, 오픈프라이머리니 하면서 떠들썩할 텐데 우리도 뭔가 이벤트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그것은 대대적인 당 개혁작업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당내 갈등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 지도부도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것에 대비해 후보 선출후 당의 대오를 정비하고 경선후유증을 최소화 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강재섭 대표는 경선 직후인 오는 22일께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 전원이 참석하는 워크숍을 개최해 경선후유증을 최소화 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일 전당대회장에서 개표가 진행되는 4시간여 동안 양 캠프 핵심인사들이 참여하는 `네거티브 고백'의 시간을 갖고, 경선 과정에서의 이전투구를 반성하면서 당 화합을 모색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경선 후 후보 불인정 등 해당행위를 할 경우 가차없이 엄하게 처리하겠다"며 경선 불복종 사태에 강력 대응할 것임을 예고했다.

한편 중립지대에 속한 `당 중심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2위 후보가 선대위원장을 맡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나 이.박 양진영의 핵심 관계자들은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 "후보 중심으로 당이 운영돼야 하는데, 신뢰할 수 없는 사람에게 선대위원장을 맡길 수 있겠느냐"며 대체로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