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부터 사실상 현대백화점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정지선 부회장(사진)이 명품 백화점을 지향해온 현대백화점에 '젊은 색깔'을 주문하고 나섰다.

현대백화점이 서울 신촌점 별관에 이어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 내 백화점 부지에도 20~30대 젊은 고객들을 겨냥한 영(young)패션 전문관을 짓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것도 정 부회장의 이 같은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신촌 이어 부산에도 영패션관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12일 "1999년 말 1만㎡(약 3000평) 규모의 부지를 매입한 이후 7년 동안 다양한 활용 방안을 검토한 끝에 지하 5층~지상 10층 규모의 영패션 전문관을 건립키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이 영패션 전문관을 짓는 건 현대백화점 신촌점 별관에 이어 두 번째다.

이 관계자는 "당초 영패션 전문관,생활전문관,토털 패션몰 등 세 가지 방안을 검토했었다"며 "115만7030㎡(35만여평) 규모의 센텀시티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일대 상권이 젊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패션 전문관이 경쟁력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계획했던 일반 백화점 대신 영패션 전문관으로 방향을 바꾼 것은 경쟁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도 반영됐다.

현대백화점이 센텀시티 내 부지를 매입한 2년 뒤 롯데백화점이 인근에 땅을 사 오는 12월께 영업면적 3만3000㎡(1만여평) 규모의 센텀시티점 개장을 앞두고 있다.

내년에는 신세계가 추진하는 복합쇼핑몰(신세계 센텀시티UEC)도 문을 열게 돼 이들 두 업체와 경쟁해서는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센텀시티 개발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일대 상권이 젊은 층 위주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감안됐다는 관측이다.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는 1996년 옛 수영만 비행장 부지 115만7030㎡에 주거시설,컨벤션센터(벡스코),영화산업단지(시네포트),유통시설 등을 건립하는 민·관 합동 개발프로젝트로 시작돼 완공을 앞두고 있다.


◆출장길 프랑스 마르셀,미국 소호 거리 방문은 필수 코스

현대백화점은 이에 맞춰 올초부터 해외패션 담당 바이어들에게 출장길에 명품거리 외에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패션거리에 들러 유행 트렌드를 익히도록 주문했다.

프랑스는 마르셀과 노틀담성당 거리,미국 뉴욕은 맨해튼과 소호거리의 패션 감각을 체험하고 입점 브랜드도 발굴토록 독려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바람은 압구정점과 무역센터점 등 기존 점포의 매장 구성에 반영되고 있다.

지난 2월 압구정 본점에 국내 첫선을 보인 미국의 럭셔리 캐주얼 '주시쿠튀르'는 영캐주얼 부문 매출 1위에 올랐다.

현대백화점은 주시쿠튀르를 올 가을 매장 개편 때 목동점과 중동점에도 추가 개장키로 했다.

주시쿠튀르는 톡톡 튀는 색상과 실용적인 소재로 패리스 힐튼,제시카 알바 등 인기스타들이 즐겨 입는 브랜드로 캐주얼 담당 바이어가 미국 출장길에 눈여겨봤다가 들여왔다.

또 프랑스 영캐주얼 브랜드인 '마주'도 본점,무역센터점에서 20대 중반∼30대 초반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어 올 가을에는 천호점,울산점으로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