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튀는 인재','끼있는 인재'가 채용시장의 화두로 등장한 적이 있었다.

창의성,열정,도전정신이 강조되면서 기업들이 '뭔가 다른 인재'를 찾으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끼'와 '열정'으로 채용이나 승진에서 성공한 경우는 예나 지금이나 그리 많지 않다.

천재성을 중시하고 창의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업에서 이런 단어들은 신통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삼성에서도 '튀는' 것은 채용에 긍정적 요소보다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

면접관들은 조직의 정책과 문화에 순응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튀고 반항하고 독자 노선을 걷는 인재에 대해 결코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심지어 삼성 입사 면접을 앞둔 사람들 사이에서는 '삼성은 반항적 기질의 인재를 절대 채용하지 않기 때문에 면접에서 튀는 언행을 삼가라'는 얘기들이 공공연하게 오가고 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간단히 말하면 조직 적응력 때문이다.

새로 입사한 사람이 튀는 행동을 하면 조직 적응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이탈하는 것은 시간문제이고 떠나지 않더라도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조직의 불만 세력으로 남아 있게 된다.

아무리 유능해도 조직원과 함께 일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버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이직의 80%는 기본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뽑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적응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채용했기 때문에 안착하지 못한 것이다.

아무리 지식 수준이 높더라도 조직문화에 맞지 않는 사람은 결국 회사를 떠난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은 '문화적 적합성'을 채용과 승진의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통해 이기적인 품성의 소유자를 걸러낸다.

세계적 전동공구 업체 힐티는 1차 합격자를 대상으로 '1일 인턴십'을 실시해 조직문화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입사 지원 포기를 유도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인성을 채용과 승진의 핵심 평가 요소로 삼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특히 SK그룹은 부사장급 아래의 모든 임직원에 대해 인·적성검사를 실시하는데,헤드헌팅 회사를 통해 추천받은 임원이나 고급 인재들도 마지막 인·적성검사에서 대거 탈락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학력과 경력이 화려하고 다른 기업에서 핵심 인재로 관리하고 있는 유능한 사람들이다.

헤드헌터들이 철저하게 검증했고 SK 임직원의 까다로운 면접을 모두 통과했지만 SK의 기업문화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입사가 좌절되는 것이다.

몇몇 기업들은 면접에서 성장 과정과 가족관계 가치관 등 인·적성 부문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다.

이력서 없이 면접하는 기업도 있지만 여전히 초등학교 학적부까지 뒤져가며 뒷배경을 캐는 기업도 적지 않다.

좋은 직장을 얻으려면 문화적 적합성,조직 적응 능력,공동작업(co-work)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학력이나 경력,지식이나 업무 성과만으로는 커리어를 제대로 관리하기 어려운 시대다.

<신현만 커리어케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