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유치가 무산된 강원도 평창군 일대의 부동산 시장에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올림픽을 호재로 치솟던 땅·주택 값 호가가 며칠 새 10∼20% 이상 떨어졌으며 하락폭이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펜션은 공사가 중단되는 등 각종 개발사업도 삐끗거리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평창의 부동산 시장은 거의 패닉 상태"라며 "당분간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8일 건설업계와 평창지역 중개업소에 따르면 바이애슬론 등 동계올림픽 실외경기장과 복합리조트가 들어서는 평창군 도암면 알펜시아 주변 지역의 땅값이 올림픽 유치 실패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3.3㎡(1평)당 50만원하던 땅값은 호가가 5만∼10만원 정도 하락했다.

평창지역 중개업소들은 땅을 사겠다는 문의 전화가 한 통도 걸려오지 않는다며 우려했다.

횡계리의 은평공인 관계자는 "이곳 지주들이 소유하고 있는 땅 규모는 최소 1만6529㎡(5000평) 이상인데 양도소득세 부담 때문에 땅을 팔려는 사람조차 드물어 당분간 토지 매매계약서 쓰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평창군 용산리에 있는 콘도인 용평빌리지 100㎡(30평형)대는 호가가 2억~3억원 선이었으나 현재 1억8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콘도와 펜션 등 각종 개발 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리조트와 펜션 공사가 중단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일부 업체는 유치 결정에 맞춰하려던 추가 분양 계획을 연기했다.

봉평면에 펜션을 건설 중인 개발업자는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고 내부 마감재를 고급화해 분양가를 3.3㎡당 800만원 선으로 정했는데 이 가격으로는 미분양될 것으로 보여 마케팅 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고 말했다.

알펜시아 리조트로 가는 길목인 도암면 차항리 삼거리에 80여실 규모의 숙박시설을 짓고 있는 S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못 받은 공사 대금이 40억원에 달한다"면서 "올림픽 유치 실패로 콘도 분양이 제대로 안 되면 돈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불안해 했다.

그러나 알펜시아 리조트를 1조4000억원을 들여 조성 중인 강원도개발공사는 당초 계획대로 개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알펜시아 건설본부의 이정호 기획건설팀장은 "올림픽 유치가 확정돼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면 좋았겠지만 애초 올림픽과 무관하게 사계절 리조트로 계획했던 것"이라며 "일정대로 내년 말까지 리조트를 완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평창=정호진 기자 hj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