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주식시장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한주였다.

코스피지수는 주 중 사상 처음으로 1,800을 넘어섰으나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과 프로그램 대량 매매 영향으로 급등락 장세가 연출되며 16주 만에 소폭 하락했다.

23일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으로 인한 부담으로 단기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유가증권시장 = 이번 주는 기술적 과열에 대한 부담감 등의 불안정한 투자자들의 심리가 반영되면서 장 중 등락폭이 컸던 한 주였다.

코스피지수는 전주말보다 1.28포인트(0.07%) 하락한 1,770.98로 마쳐 1,800 안착에 실패했다.

정부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증시 과열을 경고하는 발언을 잇따라 쏟아낸 점도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증권사에 대한 신용융자 통제 발언,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 관측, 공기업 민영화를 비롯한 증시 공급물량 확대 유도 방침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증시 과열을 식히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추세의 근간을 훼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당분간 심리적인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실제 21일 기준으로 고객예탁금과 신용융자잔고는 각각 15조1천504억원, 6조8천517억원이며 위탁자미수금은 1천970억원을 기록했다.

수년간 안정세를 보여온 단기투기성향은 연초 14.1%에서 46.5%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따라서 투기성향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급격한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데다 거래대금 등의 지표가 과열권의 양상을 보이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과열을 해소하는 과정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서동필 대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 1,800 안착에 실패한 이상 조정의 형태가 가격조정이든 기간조정이든 쉬어갈 개연성이 높다"며 "가격조정보다 기간조정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들의 직접투자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기 성향을 나타내는 지표들도 급격한 변화를 보이기 시작해 과열을 식히는 과정이 불가피하다"며 "5월 이후 나타난 탄력적인 상승세는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28일 예정된 국내 경기선행지표 발표, 29일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 금리 결정 등을 앞두고 관망심리가 확산되면서 박스권 흐름을 보일 수 있다.

다만 지난 주 말 조정이 투매로 인한 급락장세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기업 이익 모멘텀 개선, 안정된 국내 수급 여건 등을 발판으로 한 장기 상승랠리 기조는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동양종금증권의 김 연구원은 "주식형펀드의 설정액은 61조원을 넘어섰으며 소비심리와 고용동향 등 내수경기는 회복세를 나타내기 시작했고 실질금리는 연초 보다도 낮은 3% 미만에 머물고 있어 증시로의 자금유입은 지속될 것"이라며 "탄탄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한 장기 상승추세의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서 연구원은 "조정이 있어야 옥석도 가릴 수 있는 만큼 단기간 조정은 건전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기존 포지션은 보유하더라도 신규매수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조선업과 반도체관련 IT주에 대해선 긍정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 코스닥시장 = 이번 주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인 코스닥시장도 개인투자자의 직접투자 확대에 따른 정부의 경고 발언 등으로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다.

코스닥지수는 개인의 매수와 기관과 외국인의 차익실현 매물 등으로 급등락하며 전주말 대비 8.97포인트(1.12%) 오른 809.58로 마쳤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 역시 거침 없는 상승으로 인한 피로감으로 상승 탄력이 한층 약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신용융자제도 규제 등으로 인한 유동성 축소, 변동성 확대 등의 악재 속에 차익실현 매물을 소화하기 위한 손바뀜이 이뤄지면서 불안한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영곤 한화증권 연구원은 "장중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데다 유동성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단기적으로 불안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다음주 지수 밴드로 790~820선을 제시했다.

그는 또 "신용융자잔고 비율이 높은 종목들에 대한 위험 관리가 필요한 시점인 만큼 적극적인 대응보다 모멘텀이 있는 종목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