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지금 기억 못해도 당시 말한 내용 증거능력 있다"

항소심 법원이 다섯 살 난 딸에게 성추행 피해 사실을 들은 어머니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아동 성추행범에게 1심보다 더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1심에서 유치원생 3명 중 1명을 성추행한 혐의만 인정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던 피고인은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법원이 또 다른 피해아동 어머니의 진술을 증거로 받아들여 징역 3개월을 형량에 추가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한위수 부장판사)는 유치원생 3명을 성추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영어학원 강사 최모씨에 대해 징역 1년 3월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이 항소심 법정에서 범행을 당한 구체적 경위나 일시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있어 일부 진술이 재현 불가능해졌다"며 "이런 경우는 전문진술에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원진술자가 진술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당초 피해자가 내놓은 진술에 거짓이 개입될 여지가 없고 그 신빙성을 담보할만한 구체적인 정황도 충분히 있다"며 "어머니가 경찰 조사과정 및 1심 재판에서 이런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한 것은 증거로서 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내용을 법정에서 말하는 것을 의미하는 전문진술(傳聞陳述)은 원칙적으로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원래 진술을 했던 자가 사망이나 질병, 기타 사유로 진술할 수 없게 된 경우, 당초의 진술이 특히 믿을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을 경우에 한해 그 내용을 전해들은 자의 진술이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고 형사소송법은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유치원 강사로서 어린 유치원생들을 보호ㆍ감독할 지위에 있는데도 수업 중에 칭찬한다는 핑계로 추행을 저질러 아이들에게 엄청난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가했고 향후 피해 아동들의 올바른 인격 형성에도 악영향을 미친 만큼 그 죄질이 나쁘다"며 형량을 더한 이유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