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위안화 절상 압력 근거없다"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한 대(對)중 강경론자들은 지난주 발표된 중국의 위안화 변동폭 확대(0.3%→0.5%) 조치를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영국의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가치 상승이 미국의 무역적자 감소에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색다른 분석을 내놨다.

이코노미스트가 제시한 '위안화 평가절상 주장의 허구'를 정리한다.

◆위안화 가치 올라도 미 무역적자 안준다

미국 무역적자의 근본 이유는 소비자들이 저축을 적게 하고 소비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무역적자는 곧 해외에서 돈을 꾸어 소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위안화 가치 상승이 미국인들로 하여금 저축을 더 많이 하도록 유도한다면 무역적자 감소 효과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위안화 가치 상승으로 중국산 신발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미국 소비자들이 저축을 늘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상품과 미국 상품은 서로 경쟁 관계에 있지 않다.

중국 제품 수입이 줄어들더라도 미국 제품이 이를 대체할 수 없다.

중국산 신발 수입이 줄어든다면 그 자리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다른 나라 신발이 메울 것이다.

미국의 무역적자 감소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얘기다.

미국과 중국이 경쟁 관계에 있는 전자제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분야 중국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의 절반은 외국(한국 일본 등 주로 아시아 국가)에서 수입한다.

위안화가 오르면 이들 부품의 수입가가 낮아져 결국 원가절감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가치가 10% 오르더라도 중국 제품의 수출 가격은 3~5% 인상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 정도 인상으론 미국 경쟁사의 경쟁력이 기대한 것만큼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中 흑자 확대도 저가 수출 때문 아니다

중국의 무역흑자는 2005년 들어 급증세를 보였다(표1).2005,2006년 무역흑자가 급증한 것은 수출이 늘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수입 둔화에 원인이 있다.

이 기간 수출증가율은 20% 안팎에서 정체를 보인 반면 수입 증가율은 2004년 30%에서 지난해 15%로 급감했다(표2).2005년 들어 수입이 급감한 것은 중국이 경기긴축 정책을 실시하면서 건설용 중장비,원자재 등의 수입이 줄어든 때문이다.

중국의 무역흑자 증가는 '위안화의 상대적 저평가에 따른 수출 증가 때문'이라는 기존의 가정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미국 실업도 위안화 때문이 아니다

미국의 실업률은 약 4.5% 수준으로 지난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실업의 원인을 중국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미국 소비자들은 중국산 저가 제품 수입으로 저렴한 가격에 소비품을 살 수 있게 돼 실질소득 증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중국은 무역적자로 얻은 달러를 다시 미국 국채에 투자,미국의 금리를 낮춰주고 있다.

중국이 하루아침에 위안화를 30% 절상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금리는 폭등하고,월마트의 상품 가격은 크게 오를 것이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줄어들겠지만 소비자들은 이로 인해 엄청난 부담을 안아야 할 것이다.

◆위안화 반드시 저평가돼 있는 것 아니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스탠퍼드대학의 로널드 매키넌 등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위안화의 대폭적인 평가절상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구매력평가(PPP·물가수준 감안한 화폐의 구매력)를 기준으로 한 달러 대비 위안화의 명목가치는 분명 저평가되어 있다.

50% 정도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있다.

그렇다고 PPP 기준 환율이 반드시 옳다고만은 할 수 없다.

무역가중치를 감안한 위안화의 실질가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위안화의 무역가중치 실질가치는 2002년 이후 전반적으로 떨어진 게 사실이지만 1994년부터 2001년까지는 오히려 50% 상승했다(표3).위안화 가치가 반드시 저평가됐다고는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미국 재무부가 중국에 대한 위안화 압박에 다소 소극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가치 상승은 과잉 흑자 등 중국 경제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 양측이 합의를 통해 최적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한우덕 기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