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가 증권사 객장에서 제공하는 'VIP룸'에서 개인 비서를 두고 실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해 투자자를 모으도록 방치했다면 증권사에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최모씨 등 투자자들이 모 증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의 40%를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증권사의 한 지방 지점은 2001년 7월 개인투자자 이모씨가 사무실을 제공해 주면 주식 거래 실적을 올려주겠다고 하자 VIP룸을 제공했다.

이씨는 개인비서까지 고용해 증권사 고객인 최씨 등 5명에게서 2000만∼5000만원을 받아 가로챘고,형사처벌까지 받았다.

이씨는 당시 "자신에게 투자하면 이익을 남겨주겠다"며 '증권사 실장'이라는 고무인을 찍은 약정서까지 교부했다.

최씨 등은 증권사에도 배상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냈지만 1심 재판부는 공동 불법 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항소심은 그러나 이씨의 사기 행위를 방조한 책임이 인정된다며 증권사가 손해의 40%를 배상하도록 판결했으며 대법원도 이를 유지했다.

대법원은 "직원들과 객장을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는 지점장에게는 객장 내에서 그 지점의 영업으로 오인될 수 있는 부정한 증권 거래에 의한 불법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