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를 하기 이전에 증여한 주식에 대해 기업공개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57조 1항과 2항 1호'는 사실상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컴퓨터와 주변기기 제조업체인 K사 대표 박모씨가 "기업공개 이전에 양도한 주식에 대해 기업공개 기준 가격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서초세무서를 상대로 낸 양도소득세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대법원은 또 공모가가 주당 1만원인 주식을 상장 전 1013원에 특수관계 회사에 넘겼다가 같은 이유로 46억여원의 법인세를 부과당한 일본업체 G반도체가 익산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 취소소송에서도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박씨는 1999년 8월 명의신탁 중이던 K사의 주식 1만2947주를 동생에게 액면가(주당 1만원)에 양도한 뒤 그해 11월 기업공개를 목적으로 금융감독위원회에 유가증권신고를 했다.

특수관계인에게 주식을 저가로 양도했다고 판단한 서초세무서는 주식 시가를 주당 18만원으로 평가한 뒤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 10%를 더해 2억9000여만원의 양도세를 박씨에게 부과했고 박씨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유가증권 신고를 한 주식'만 평가 방법을 시행령에 위임했음에도 시행령 57조는 '유가증권 신고 직전 6개월(증여세 대상은 3개월)부터 상장 전까지 기간의 주식에 대한 평가 방법까지도 규정해 모법의 위임을 벗어났다"며 원고승소 이유를 밝혔다.

기업공개가 안 된 주식의 가격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단순평균해 산출하는 반면 공개된 주식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2 대 3으로 가중평균한 뒤 여기에 증권거래소 등에 상장된 유사회사의 가격과 비교한 상대가치,향후 성장성 등을 할증한 사업성가치 등을 산술평균한다.

따라서 공개주식은 일반적으로 미공개 주식에 비해 상속·증여세 부과 기준 가격이 올라간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