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기사 제공에도 책임 높아질 듯

포털의 명예훼손성 기사와 악플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법원이 포털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성 기사 및 댓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향후 기사 편집과 악플 처리에 대한 법적 책임이 강화될 전망이다.

법원측의 판결이 포털의 막강한 사회적 영향력 만큼이나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포털은 게시물의 단순 전달자를 자처하면서 해당 게시물과 관련한 명예훼손 등의 법적책임을 거부해 왔다.

법원은 그러나 이번 판결을 통해 포털이 기사의 제목을 수정하거나 기사의 중요성에 따라 위치를 조정하는 등 사실상 편집행위를 하고 있다고 판단, 그에 따른 법적 의무를 인정함으로써 포털이 자사 사이트를 통한 제 3자의 명예훼손 등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에 머물지 못하도록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특히 악의적인 평가내용이 공개돼 명예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네티즌들이 댓글을 통해 공격을 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법원측의 지적은 포털에 대해 적극적인 개입을 주문하고 있는 점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포털이 게시물 편집행위나 커뮤니티 공간의 제공을 통해 여론 형성을 유도하는 등 사회적 영향력을 미치고 막대한 광고수익까지 벌어들이고 있는 만큼 더 이상 게시물로 인한 피해에 따른 법적 책임을 비껴갈 수 없도록 한 셈이다.

재판부는 해당 기사를 통해 명예훼손 여부를 쉽게 알 수 있었다는 점을 적시함으로써 앞으로 포털이 기사의 명예훼손 등 법적인 가치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김모씨가 "허위 사실이 포털 등에 퍼지면서 큰 피해를 입었다"며 4개 주요 포털 사이트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1천6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에 따라 NHN[035420], 다음[035720], SK커뮤니케이션즈, 야후코리아 등의 포털은 각각 500만원, 400만원, 400만원, 300만원을 배상하게 됐다.

이번 판결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 `정보의 삭제요청'과 민법 750조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끼친 손해는 배상해야 한다'는 조항 등에 근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털은 이에 따라 향후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가능성이 있는 언론사의 기사를 뉴스서비스 코너에 제공하는 것 만으로도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높다.

또 관련된 검색어를 추천할 때에도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해야 할 전망이다.

원고 측 담당 이지호 변호사는 "포털은 여론을 형성하는 등 기존 언론사 보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기존 언론사에 준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원고와 관련된 기사는 사실 확인이 없더라도 기사 내용만 봐도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지만 포털은 전혀 걸러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앞으로 포털도 신문사가 편집판을 영구보존하듯이 웹페이지에 기사를 편집.배치한 화면을 일정기간 보관하는 등 영향력에 준하는 법적 의무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악플 삭제와 관련, "이번 판결이 포털에 대해 악플이나 개인정보를 유출한 게시물의 존재를 알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방치했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향후 포털의 적극적인 게시물 관리가 요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해당 포털은 재판부가 이번 판결을 통해 과도한 책임을 부과했다며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NHN[035420] 관계자는 "관련 기사에 대해 편집 행위를 한 적이 없고 이용자 신고 있기 전부터 내부 기준에 따라 악플 등을 모니터했다"며 "명예훼손 등에 대해 모니터를 강화해야 할 부분으로, 뉴스를 단순 제시하는 포털에 법적 책임을 부여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다음[035720] 관계자는 "회사는 기사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명예훼손 내용이 담긴 기사에는 댓글을 달지 못하도록 이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영 기자 thedope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