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1.3%로 떨어졌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다우지수는 지난 4일 13,121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뉴욕 증시를 더욱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S&P500 지수도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증시가 뛰어난 기업 실적과 경제적 안정성을 반영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시장과 세계경제에 실질적 위험이 도래하는 데도 비이성적인 자기만족에 빠져 있는 걸까.

요즘 금융시장은 위험에 아주 느긋한 모습이다.

세계는 대단히 안전하다는 인상도 준다.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주식 수익이 채권 수익을 넘어서는 정도)은 2.75%포인트 수준으로 1926년 이후 평균치인 5%포인트에 훨씬 못 미친다.

채권의 리스크 프리미엄도 마찬가지다.

고위험 고수익 채권인 하이일드채권과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 간 수익차도 얼마 되지 않는다.

신흥경제국 국채와 미 국채 간 수익률은 2%포인트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미국 증시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VIX지수도 아주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할 근거는 있다.

지난 60년간 세계 대전이 일어나지 않았다.

공황은 잘 피해왔고 경기 침체도 심하지 않았다.

기업 실적도 크게 들쭉날쭉하지 않았다.

물가상승도 잘 통제돼 왔다.

하지만 증시가 지정학적인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있지는 않은가.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헤즈볼라와 하마스 간 폭력사태 등이 중동을 불안하게 한다.

이란은 이스라엘에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핵개발 의지가 확고한 것처럼 보인다.

유럽의 무슬림들은 자신들이 유럽 사회에 통합되지 못하고 있으며 실업 문제,급진적 이슬람 세력의 영향력 등을 경험하고 있다.

미국 경제의 불균형도 문제다.

경제학자인 로버트 실러(미 예일대)에 따르면 물가상승과 품질 요소를 반영한 주택 가격은 20세기 평균 가격보다 50% 높은 상태다.

미국의 저축률은 제로(0) 수준이며 무역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7%에 달한다.

시장의 효율성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시장이 비이성적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결론짓기가 망설여진다.

나는 세계 전체의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리스크 프리미엄도 줄었다고 믿는다.

넘쳐나는 달러자산이 차입비율이 높은 사모투자펀드,헤지펀드로 몰려들고 있다.

차입은 많고 리스크 프리미엄은 크지 않고 지정학적 문제가 겹치다 보니 세계경제 시스템에 미치는 충격은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신고가를 기록하는 시장에선 자신의 자산배분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리스크를 감당할 수준 이상으로 투자 주식이 구성돼 있다면 조정(rebalancing)을 하는 게 맞다.

불균형이 존재하더라도 경제는 점점 조정을 해 나갈 것이고 분쟁 지역 민족들도 평화적 해법을 찾을 것으로 본다.

정리=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이 글은 버튼 맬키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비이성적 자기만족?(Irratioanal Complacency?)'이란 제목으로 기고한 것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