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에게 행복이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처음이었다. 평소처럼 30분 전에 만찬 장소에 도착해 보니 초대회원들이 모두 앉아 있었다. 후에 들어보니 2시간 전에 오셔서 장소를 확인하신 분도 계셨고, 1시간 전부터 만찬 장소에 앉아 기다렸던 분도 계셨다. 이번 만찬은 여느 만찬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역대 가장 높은 경쟁률도 그러했다.

한경닷컴이 주최하고 한국CEO연구소(대표 강경태)가 주관하는 제6회 저자와의 만찬이 열렸다. 이번 행사에 초대된 저자는 <서른의 당신에게>를 쓴 강금실 변호사. 수행비서없이 행사 시작 5분전에 만찬 장소에 도착한 강금실 변호사는 거침없는 부드러움과 예리함으로 초대회원들의 설레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Q) 장관님 웃음 소리가 들릴 때마다 '내가 지금 장관님 옆에 앉아있구나' 라는 실감이 납니다. 실물이 TV보다 훨씬 이쁘시네요!

A) 전에는 몰랐는데 제가 너무 말끝마다 실없이 웃는다는 얘기 많이 들어요. 그 얘기 들은 후에 저도 의식하게 되긴 하는데, 고쳐지진 않네요 ^^

Q) 글까지 잘쓰시다니 재주가 많으신 거 아니에요?

A) 잘쓴다고 칭찬해주니까 고마운데, 아까 나오다 조금 읽어봤는데 맘에 안들어요. 조금더 잘 쓸 수 있었는데.. 계약하고 두달만에, 너무 무리한 계획이었죠. 진짜 쓰기 시작한 건 11월 말부터 두달간이예요.

Q) <칼의 노래> 독후감을 기억하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장관님 글중에서 장정일변론이랑 특히 <칼의 노래> 독후감은 논술쪽으로 굉장히 유명해서 인터넷상으로 많이 알려져 있어요. 워낙 명변론이었죠.

A) 독후감을 썼을 때가 제일 사는 게 힘들었을 때였어요. <칼의 노래>를 빌려와서 신세타령을 한거죠. 이순신 장군 참 멋있더라구요. 책을 읽기 전에는 이순신 장군에 대해서 유명한 만큼 잘 몰랐었던 거죠.



Q) 사실 저는 아직 책을 안 읽어봤습니다. 초대되고 나서 볼까 생각했는데 보고오면 왠지 선입견이 생길것 같아서 장관님을 만나보고 싶어 하는 평범한 사람의 심정으로 이자리에 오고 싶었습니다. 선거 끝나고 난 다음에 많이 힘드셨죠?

A) 끝난후엔 많이 힘들지 않았어요. 처음에 적응기간이 힘들었지요.

Q) 선거결과에 대해서 수긍은 하셨겠지만, 결과가 처음나왔을 때 제일 먼저 기억나는 사람은 누구였고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요.

A) 사람은 생각안났고, 특별히 아무 생각 안났어요. 여론조사 때문에 결과가 예측되었기 때문이죠. 상황이 자꾸 점점 나빠지는 걸 알았고, 일주일전 쯤 결과를 예감했어요. 오히려 위로해주러 찾아온 지인들이 깜짝 놀랐을 정도였어요.

Q) 질문할 거 너무 많아요. 자기 정리를 잘하고, 자기를 표현하는게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저도 공감해요. 객관적으로 봤을때 스물여섯이 별로 어리다 생각지 않는데요, 아직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게 뭐고, 뭘 원하고 있는지 저에 대한 확신도 없어요. 말씀하셨던 자아정립이 잘 안된거죠. 장관님께서 해보신 자아정립을 위한 노력 (책을 많이 읽었다던가, 여행을 많이 하셨다던가)들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A) 여행은 나이 40넘어서 많이 다니고, 책은 많이 읽은거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 속에 정답이 있는게 아니라는 것이죠. 험난한 세상속에서 자기 자신도 찾아야 되고, 상황도 잘 맞아야 하고, 갈등도 헤쳐나가야 하고요. 의외로 우리는 대학교때 까지 그런 교육을 못받았어요. '살기 힘들다. 정신 바짝 차려라!', 세상사는 법을 가르쳐줘야 하는데, 왜 그런걸 안가르쳐 주는지 ... 지금도 안가르쳐 주죠? 나를 찾는 것에 대해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게 중요하다는 것도 안가르쳐줬는데 살다 보니까 작은거 하나를 선택하려고 해도.. 참 필요하다고 느끼는데 말이죠. 본인이 마음이 끌리고 원하는 걸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죠. 힘이나고 용기를 주는 좋은 사람 만나는게 굉장히 중요해요. 독서나 영화로 간접 경험을 하고, 여행도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 혼자만 힘들게 사는게 아니구나 라고 깨닫게 되죠.



Q) 국제기구에 취직을 준비하고 있는 육군 상병입니다. 도움이 될만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A) 네트워크에 신경을 많이 쓰세요. 어떤 목표가 생겼을 때 목표를 위해 본인이 할 수 있는 일만으로는 모든게 해결되지 않아요. 사람 사는 일이 관계 속에서 해결되는 경우가 많지요. 저는 거의 관계의 덕을 많이 본 것 같아요. 두루 어울려 지내는 것이 중요해요, 직접적인 목표를 세워놓고 폭넓게 보면서 관계된 사람들과 만나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핸드폰에 몇개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는지, 1번은 누구로 되어 있나요?

A) 몇 백개 되는 것 같아요. 1번은 사무실이죠. 요즘은 다시 통화할 가능성이 있는 번호는 무조건 저장하죠. 한동안은 제가 모르는 번호 뜨면 안 받았는데, 지금은 그냥 받아요.

Q) 저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최근에 그 걸 한번 깨봤어요.

A) 집착하고 열정도 구분해야 겠지만, 사람들한테 진심으로 사랑을 베푸는 것과 무차별적으로 하는 것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랑을 베푸는 것도 지나치면 사람을 망치게 되는 경우도 있죠. 진정으로 사랑을 베푸는 것이 무례한 관계가 되면 안되죠. 사랑을 하고 잘해준다는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에요. 저는 그런 경험이 많은 편이죠. 사람을 많이 만나서 그런지 .. 그럴 땐 관계를 멈추면 다시 좋아지기도 하지요. 사실 남들이 나를 싫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필요해요. 눈치도 좀 있어야죠. 더구나 위로 올라갈 수록 그걸 자꾸 잊게되죠. 후배들이 말을 안하거든요. ^^
오늘같은 경우는 서로 주고 받고 너무 좋은 자린데, 장관할 때 보면 누가 말을 하느냐를 보면 권력이 보이죠. 제일 높은 사람이 말을 다해요. 특히 식사자리가 그렇죠. 비즈니스때문에 사업차 만나도 대표 변호사끼리만 말을 하죠. '지위에 따라서 말을 하는 것' 자체를 우리가 많이 고쳐야 해요.

Q) 좋아하는 이상형의 사람이나 특별히 싫어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에요.

A) 이기적인 사람이 싫어요. 얄미운 사람이 있죠, 못되게 굴고, 배신 때리고, 예의없는 사람. 그래도 사람이 좋으면 다 용서가 되죠. 그런 사람은 아예 안 만나요. 좋은 사람은 옆에 있으며 덕을 많이 보는 사람, 얻어 먹을게 많은 사람(^^). 저는 공짜를 좋아하나봐요.

사진 및 원고 : 한경닷컴 김주연


[독자 후기] 너무 좋았지만... 얼어버렸다.

대한민국 육군 상병 이정환

마지막 정기휴가가 4월 21일~30일로 정해졌다.
쉬고 싶었고,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기는 싫었다.

대학입학 후 경영학을 복수전공하면서,
' 나도 최고 경영자가 될 수 있다. ' 라는 카페 커뮤니티에 가입했었고,
입대전 그곳에서 주최하는 경영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바 있었다.
정기휴가 기간에 나의 관심사와 일치하는 세미나 또는 교육이 있다면 참가하고자
카페를 검색하던 중 우연히 ' 저자와의 만찬 ' 에 대한 글을 읽게 됐고
오늘과 같이 후기를 쓰는 행운도 갖게 됐다.
약속된 26일.
100일 휴가 이후로 군복을 다림질 한 기억이 어렴풋하다.
하지만 만찬참석을 위해, 군복을 드라이크리닝을 했다.
5시 30분도 되지 않아 인사동에 도착해서 약속장소를 확인한 뒤에야 마음이 편해졌다.
긴장을 하긴 했나보다. 인사동 거리를 서성거리다, 30분전 약속장소로 갔다.
나보다 먼저 오신 분도 있었다.
7시 5분전, 관계자 분들과 장관님이 도착했다.
부끄러운 과거지만 수능을 3번봤다.
수능만 3번이면, 대학은 9군데 지원이고 논술 면접을 따지면 수도 없다.
그때 정말 떨렸는데, 장관님을 뵈니 대입 때 떨리던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물론, 대입 경쟁률보다도 이번 '저자와의 만찬'경쟁률이 훨씬 높았다.
아직까지 뚫어본 경쟁률 중에서는 이번 '저자와의 만찬'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자리 배치를 했고, 장관님 옆에 앉았다.
너무 좋았지만 얼어버렸다.
그분의 카리스마와 거침없는 언변, 아랑곳하지 않음에 매료됐다.
2시간의 길지만 짧은 일정이 끝나고, 사진 촬영을 했다.
휴가가 4일이나 남았지만, 지금 복귀해도 서운하지 않을 만큼 뜻깊은 자리였다.
휴가중 만찬을 통해
남은 군생활은 물론 앞으로의 계획까지 더욱더 확실히 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같다.


[예고] 제7회 저자와의 만찬
- 초대 저자 : <남한산성>의 김훈
- 신청 접수 : 5월 9일 - 22일
- 만찬 일자 : 5월 28일 월요일 저녁 7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