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계약에 따라 차량을 넘겼으나 보험 승계 사실을 알리지 않고 명의이전도 안된 상태에서 사고가 났다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A보험사가 `보험 유효기간이 남아있는 만큼 보험금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하는 양도인과 양수인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한 원심을 파기,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조모씨는 2005년 1월 자신이 운영하던 체육관을 이모씨에게 양도하면서 자기 명의로 보험에 가입돼 있던 차량도 함께 넘겼다.

차량의 보험 유효기간은 2005년 5월 12일까지로, 매매 당시 넉달 가량 남아 있었지만 조씨는 보험사에 매매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차를 넘겨받은 이씨도 명의를 이전하지 않고 운전하다 보험 만료를 1주일 앞둔 2005년 5월 6일 교통사고를 냈다.

보험사는 "보험 가입자인 조씨가 통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으나 조씨와 이씨가 "보험 유효기간이 남아있다"며 보험금 지급을 계속 요구하자 보험사측은 소송을 냈다.

보험 약관에는 차량을 매매할 경우 보험 권리ㆍ의무가 승계되지 않지만 승계를 원한다면 서면으로 보험사에 통지한 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1, 2심 재판부는 "보험사는 가입자들에게 약관을 개별적으로 설명할 의무가 있다.

차량을 매매할 경우 통지의무를 소홀히 하면 보험의 권리ㆍ의무가 승계되지 않는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약관 사항이더라도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거나 법령에 정해진 것을 부연하는 정도의 사항이라면 보험사의 설명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문제가 된 보험 약관은 차량 양도 때 양수인이 보험사의 승낙을 얻은 경우에 한해 보험 권리ㆍ의무를 승계한다는 상법 조항을 풀어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

보험사가 이 약관을 개별적으로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