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아동학대 현황보고서 공개.."은폐된 가정 내 아동학대 더 많을 것"

책임지고 자녀를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부모가 오히려 가해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현황조사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지난해 아동학대 상담신고사례 분석결과를 담은 `2006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를 29일 발간했다.

여기에는 작년에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신고건수, 학대아동보호건수, 아동학대 사례유형, 피해아동, 재신고 아동, 학대행위자, 교육 및 홍보사업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부모가 아동학대자 `충격'

2006년 한 해 동안 전국 43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들어온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8천903건으로 2005년 대비 11.3% 증가했다.

이 가운데 실제 아동학대사례로 판정돼 정부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호를 받은 학대아동보호사례는 5천202건으로 2005년에 비해 12.3% 늘었다.

피해아동의 연령분포는 초등학생에 해당하는 만 7∼12세의 아동이 전체의 50.2%를 차지했다.

특히 아동학대 발생장소를 분석한 결과, 학대아동보호사례의 80.9%가 가정 내에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대행위자가 부모인 경우가 전체 학대아동보호사례의 83.2%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동학대 유형은 크게 방임(보호자가 아동에게 반복적으로 양육과 보호를 소홀히 함으로써 아동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는 모든 행위)과 정서학대(보호자나 양육자가 아동에게 가하는 언어적, 정서적 위협이나 감금, 억제 등의 가학적인 행위), 신체학대, 성학대, 유기, 중복학대(두 가지 이상의 학대가 함께 발생한 경우) 등으로 나뉜다.

아동학대 사례유형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방임이 2천35건(39.1%)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중복학대 1천799건(34.6%), 정서학대 604건(11.6%), 신체학대( 439건(8.4%), 성학대 249건(4.8%), 유기 76건(1.5%) 등의 순이었다.

◇아동학대 왜 증가하나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아동학대보호사업이 국가적 차원에서 시작된 이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각종 교육과 홍보활동을 통해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개선되고 학대아동보호망이 확충되면서 아동학대 신고율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복지부 아동안전권리팀 이재용 팀장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에도 학대아동보호사업 초기에는 그동안 가정에서 은폐돼 왔던 아동학대가 노출되면서 아동학대 신고건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우리나라의 특수한 사회문화적 환경에 비춰볼 때, 한국은 선진국과 비교해서 아동인구 1천명 당 학대아동보호율이 현저하게 낮게 나타나고 있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잠재적인 아동학대 사례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6년 간의 연도별 아동학대사례유형 변화추이에 따르면 방임의 비중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맞벌이 부부와 가정해체가 급증하는 등 사회 경제구조의 변화에 따른 빈곤계층의 증가와 양육환경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은 때문으로 보인다고 복지부는 해석했다.

이 팀장은 "실제로 아동방임은 빈곤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으며, 방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저소득층 고위험군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가족지원사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