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선진국 자금과 개도국 자금 간의 '글로벌 머니 게임'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군사력에 바탕을 둔 1·2차 세계대전에 이어 돈을 매개로 한 3차 세계대전으로 비유하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머니 게임은 'S'자형 투자이론으로 잘 설명된다.

이 이론은 사람의 성장곡선에서 유래됐다.

모든 신기술과 제품은 시장점유율을 일일이 측정하지 않아도 서서히 틈새시장을 파고든다.

일단 소비자와 가정속에 약 10% 정도가 보급되고 나면 급속히 퍼져 나가는 큰 흐름을 이룬다.

즉 한 제품이 시장 10%를 점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이후 90%를 점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같다는 것이 이 이론의 핵심이다.

이 이론을 각국의 경제발전단계에 적용하면 1인당 국민소득(GDP)이 3만달러 이상인 선진국은 중장년기에,1000달러에서 3만달러에 속한 개도국과 중진국은 청소년기에,1000달러 이하인 저개발국은 유아기에 해당된다.

투자의 3원칙인 수익성·안정성·환금성으로 볼 때 선진국은 수익성이 낮은 대신 안정성이 높으나 개도국은 이와 반대다.

요즘은 유동성이 풍부해 환금성은 문제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선진국 자금들은 높은 수익을 쫓아 잉여자금은 펀드형태로,잉여자금이 없을 때에는 금리차를 이용한 캐리자금 형태로 개도국에 유입된다.

반면 개도국 자금은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중시해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국채를 비롯한 선진국 자산에 투자한다.

지금까지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이 안정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것은 선진국 자금이 유출되더라도 이를 개도국 자금이 메워주는 국제 간 자금흐름 메커니즘이 유지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선진국 자금은 수익성을,개도국 자금은 안정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투자함에 따라 글로벌 머니 게임이 진전 될수록 선진국의 자산은 늘어난다는 점이다.

우리를 비롯한 개도국들이 자국의 자본을 육성하고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을 만들기에 고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국제수지 불균형으로 미 국채를 비롯한 선진국 자산의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지금까지 유지돼온 국제 간 자금흐름 메커니즘이 흐트러지고 있는 점이다.

최근 들어서는 중동 산유국과 아시아 국가들의 과잉저축분이 미국 국채에서 선진국의 기업인수와 같은 실물자산으로 투자방향이 옮겨지는 추세가 뚜렷하다.

그 중에서 개도국 자본이 선진국의 항만,에너지와 같은 기간산업을 인수할 경우 선진국의 경제안보와 근로자 고용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이 점이 2차 대전 이후 '세계화'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를 외쳐왔던 선진국들이 최근 들어서는 모든 경제 현안을 자국의 주권확보 차원에서 바라보는 '경제 애국주의(economic patriotism)'로 돌아서게 한 가장 큰 요인이다.

이처럼 선진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경제 애국주의로 나아감에 따라 자원보유국을 중심으로 개도국들의 반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올 들어 세계경기가 둔화된다 하더라도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고,대내외 증시에서 원자재와 관련된 업종의 주가가 상승하는 것도 이런 각도에서 보면 쉽게 이해된다.

현재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세계증시의 동반 상승세가 앞으로 지속될 수 있느냐 여부도 글로벌 머니 게임 과정에서 갈수록 심해지는 '선진국의 경제 애국주의'와 '개도국의 자원민족주의'를 세계 각국들이 어떻게 절충해 나가느냐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지 않나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